자본주의 대나무숲 - 2

제목 고민하고 있음

자본주의빌런 2021. 9. 28. 03:27
728x90

글을 보시는 분들은 알겠지만 내 주변에는 남자애들 밖에 없음. 게다가 그 친구들도 대부분 남초사회를 겪다 보니 언어가 투박하고 자극적이고 우스꽝스러운걸 좋아한단 말이야.

'해줘'도 내용은 좀 다르지만 원래는 누구 놀리는 용도로 주로 쓰는 단어였고

'해줘' :: 자본주의 빌런 (tistory.com)

'해줘'

스타트업을 하다보니 겪는 문제점임. 늘 만성 시간 부족과 자본 부족을 겪고 있음. 나는 나름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가 있으니까 저렴한 돈으로 시간을 사거나, 저렴한 시간으로 돈을 사는 자유

cap-villian.tistory.com



그래서 이 게시글의 제목을 "조련/조교 하는 중"으로 하려다가
아차 하는 순간이 올것 같아서 차마 제목에는 못쓰고 있음 ㅋ

여튼 내가 요즘 김박사님을 조교하고 있단 말이야.
김박사님 성격이 우직하고 책임감 있어서 늘 고마움 당하고 있는데
내가 몇번 스쳐지나가듯 강조한 역량이 '해줘'야

그러니까 내가 혼자서 해서 3시간이 걸릴일을
인력지원이나 자금지원, 도구지원으로
30분만에 끝낼 수 있는게 더 좋은것이다

필요하다면 나에게 시간을 달라고 할 수도 있고
어시스턴트를 붙여달라고 할 수 있고
도구를 활용하게 자금을 달라고 할 수도 있고
내 인프라를 요청할 수도 있다고

한 배를 탄 경영인으로써 우리의 목표는 완성
봐라 내가 해냈지. 짜잔이 아니라
빠르고 완성도 있게 완수해서 공유하고 피드백과 칼춤을 거쳐서 서비스와 제품을 세상에 출시하는 것이다.

다시 김박사님 이야기로 돌아와서 김박사님이 모지리는 아니자나. 그리고 나도 김박사님 케파에 약간 넘치는 업무를 요청하고 있음

예를 들어서 웹 코딩을 요청한다거나
어떤 (당장 해결할 수 없는) 그림을 그려달라거나
누구를 찾아와 달라거나

여기서 내 시나리오대로라면 못하고 최소 시간을 더 달라해야하는데 김박사님이 너무 똑똑하고 책임감있어서 그냥 다 해줘버리는거임...
내가 의도한 바는 그게 아니라

나한테 "~~~~ 해줘", "~~ 도와줘", "~~~ 알아봐줘" 였는데...

그래서 아까 낮에 말도 안되는거 도와달라고 해놓고 김박사님 이럴때는 저한테 해줘하시는게 어떠실까용~~ 했음.

그리고 김박사님이 약간 새침하게
"~~~해줘" 이제 속이 후련하십니까? 이러는데
묘한 정복감... 아니 ㅋㅋ

여튼 다행히 내가 원하는 방향에 맞춰주고 있더라고 ㅋㅅㅋ.

나는 말의 힘을 믿는단 말임.
한 번이 어렵지 두번 세번은 쉬운거임
영화 마가렛 대처에서 나온 대사이고
찰스 리드라는 극작가가 한 표현인데
방탄소년단이 했을수도 있지 머.
누가 했는지가 중요한가.

생각이 말이 되고
말이 행동이 되고
행동이 습관이 되고
습관이 성격이 되고
성격이 운명이 된다.

그래서 우리가 직원이 아닌 경영자/경영진으로써 갖춰야할 태도는
"해줘"말고 "해줘 해줘 해줘"라고

이게 내가 무책임하고 무능하다는게 아니라.
동료나 팀을 포함한 한정된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다루고 팀원들의 케파나 개개인의 역량을 파악하는것도 선제적으로 필요한 "관리자"의 연습을 하는거라고.

지금이야 혼자서 커버 가능한 업무나 역량이지만
나중에 혼자서 못하고, 어쩌면 팀단위나 우리 스타트업으로도 못해서 외부 지원이 필요할 수 있는데

그때 되어서 "해줘 해줘 해줘"가 습관이 되어있지 않으면 속도감은 물론이고 필요이상의 자원을 낭비할 수도 있고.

아직은 우리가 서로를 기다려주고
나름 각자가 덤탱이를 나눠 쓸 시간이 있을때

우리는 촛불이고 해줘고 다 익숙해져야한다고.
그리고 이건 우리가 무능한게 아니야.
오히려 유능한거지.

그래서 네 입으로, 네 손으로, 네 스스로
해줘라고 말해줘


라고 조교하는 중 ㅋㅅ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