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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대의 흔적
    생각 모음 2021. 10. 29.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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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부터 출발선이 한참 뒤져있었음.
    올림피아드와 많이 늦은 선행학습이 딸려서 밤샘은 물론이었고

    과학 잡지나 기타 교양 과학, 수학 도서로 매일 뇌가 과부화 되는 시간을 최소 3년은 겪었던것 같음.

    남들보다 늦은 만큼 가혹해야한다는걸 인정하면서 쉬는것도 제대로 쉬지 않고 약간은 가학적으로 머릿속에 온갖 지식과 예제들, 잔팁들을 집어넣었음.

    그러다 보니 머리가 버티지 못하고 휴식을 필요로 했는데 이때 내가 선택한 방법이 낮잠이었음.

    간식은 뇌에 포도당을 직방으로 쏴주는 좋은 솔루션이었지만 뇌보다 소화기관에 혈액이 많이 쏠려서 집중이 잘 안되기도 했고

    운동은 온몸의 근육을 깨워주지만 침착함보다 아드레날린 같은 흥분 상태에 놓이게 되어서 회복이 더뎠음.

    딱 10분이었음.
    학교 수업중간 휴식시간이 10분인 탓도 있었지만, 10분을 넘기면 자기전에 머리속에 꾸역꾸역 집어넣었던 지식들이 사라지고 멍해져서 회복하는데 시간이 더 걸린다고 생각했었음.

    10분뒤 알람이 울리면 스팀팩 맞은것 마냥 단기 각성은 되지만 근육이 덜깨서 춥고 몸이 부르르 떨리는걸 공감할 수 있을거임.

    게다가 누적된 피로는 주말이나 밤사이 회복에 맡기게 되니 그냥 미래의 체력을 끌어다 쓰는거지.

    지금은 나이를 먹어서 30분 단위로 끊지만 아직도 핸드폰에는 오전이든 오후든 30분뒤 알람을 딱 한번 맞춰놓고

    다행히도 몸에 익은 그 패턴 - 8시 50분 기상, 30분 트레이딩, 30분 낮잠 - 덕에 조금은 수월하지만

    해가 중천에 떠있는 오후 2시든, 3시든, 해가 진 오후 6시나 9시에도 딱 30분의 선잠만 허락하는 습관이 남았음.

    살벌할때는 밤에 잠자는 시간이 아까워서 불도 켜놓고 자기도 했었고, 그게 틀렸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1분을 졸더라도 가장 어둡게, 가장 편하게, 환경을 꾸미는 태도도 만들어진듯.

    아마 이때 습관 때문에 지하철이든 버스든 남의 차를 얻어타든 의자에 앉아서 고개만 기대어 있든, 머리만 대면 잠드는 나쁘지 않은 몸 상태를 가진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몸에 익은 그 낮잠 시간에 잠이 안오면 기분이 묘하기까지 해서 잠이 안오는 풀컨디션에도 눈감고 의자에 반쯤 누워있음.

    그냥 침대에 누워서 내일 아침 알람을 체크하다가 졸라 가혹하게도 살았구나 싶어서 코웃음도 나고, 돌아보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 그래 그때는 그래야했지, 그때부터 아직까지도 인생 참 치열하게 살고 있구나 싶은 생각이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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