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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업 1년차 후기 - 시간과 심정
    생각 모음/그냥 떠오르는 생각 2022. 4. 16.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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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서류상, 공식적으로 키움증권을 퇴사한 날이 4월 16일이다.

    오늘로 만 1년이 되었고 몇가지 데이터들과 느낀점들을 정리해보려고

     

    1. 시간

    (1개월차/4월) 사실 퇴사하고 한달은 놀았다. 

    내가 그렇게 입에 달고살던, 30대 후반을 담보로
    미친듯 쏟아내야하는 1년, 2년 혹은 10년이 될지도 모르는 시작에 앞서서

    한 편으로는 스스로에게 너무 가혹했던 지난 28년에 대해
    휴식을 좀 깊게 취했음.

    병원도 땡겨서 다녀오고, 방에 틀어박혀서 책도 좀 많이 보고
    그간 감사했던 분들께 광범위하게 인사도 좀 드리고
    이전 직장들 관련해서 서류도 좀 정리하고
    주식도 신나게 했음

     

    (2개월~3개월차/5월~6월) 시각화와 제반 다지기

    그리고 구체화, 시각화에 돌입했다.
    엑셀로 끄적이던 아이템들을 인쇄도 해보고
    어떤 팀원이 필요한가, 어디서 조달할 것인가
    업장은 어디서 할 것인가 등

    이 부분은 2년전부터 설계하던거라 큰 어려움이 없었는데
    큰 부분을 놓쳤던게

    모든게 내 계획대로 흘러가지는 않을거다라는 생각
    차라리 내 계획대로 흘러가는것은 단 하나도 없다
    라고 생각했어야 좀 편했을지도? ㅋㅋ

    그리고 난 처음부터 내가 직접 창업의 모든걸 관여할 생각이 없었음ㅋㅋ
    지금도 유효하고, 당연하다고 생각하는건데
    내가 굳이 설립, 세금, 인증 같은 페이퍼웍이나
    생산, 커뮤니케이션 등을 담당할 생각이 없었음

    물론, 자금조달이나 생산, 설계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은 있었지
    아무튼 분업과 역할 분담을 하려고 했었는데
    팀 이탈은 글쎄 싶었지

     

    (4개월~5개월차/7월~8월) 스타트업

    본격적으로 개시함.
    사무실 계약을 하고, 여기저기 내 아이디어들로 피칭을 하면서 자금을 조달하고
    각종 교육을 듣고 그 와중에 온갖 아이디어로
    얼렁 뚱땅 시제품도 만들고 테스트도 해보고

    자금도 계획보다는 많이 썼지만
    큰 흐름에서는 예상범위 내였음

    주식을 5년간 해온게 진짜 큰 도움이 되었음.
    창업을 하면서도 주식으로 한 달에 한 200~500은 조달하니까
    늘 스트레스 받고 목마르긴하지만
    숨막히고 쫄리고 포기하려는 상황은 없었음

    투자 수익에는 큰 변화가 없더라.
    놓쳤던 부분들에서 미세하게 좀 더 수익을 거둔 수준이지
    큰 흐름에서는 결국 상승 기류에 올라타는게 맞는것 같음

     

    (6개월차/9월) 시제품과 지원사업

    환경이 좋아서 벌써 몇가지 성과가 있었음.
    울산, 전주, 대학, 중기청 등 각종 기관에서
    창업지원 프로그램도 선정되고

    시제품이라는게 되게 좀 묘한게
    어차피 돈이 안 되는데 목돈을 써야함

    기능, 시장성, 현장 등 각종 테스트 목적이든
    네트워크의 형성이든, 선제적 영업이든
    추가 자금조달이든 (투자/융자)

    결국 회수할 수 없는 일종의 연구비인데

    아무리 잘 계획해도 이게 한 번에 절대 안끝난단말이야.
    특히 아이디어 상품과 기술상품들은 더욱

    그래서 진짜 생돈써야하는데
    이때 정부지원사업의 시제품 제작비가 정말 큰 힘이 됨
    100만원, 300만원, 500만원이라도

    게다가 창업활동 하다보면
    교통비나 사소한 사무용품, 개인의 최소 생계 유지비 (통신, 식비 등)
    어차피 쓸돈 엄청 많은데 다 커버는 못해도
    어쨌든 시제품 제작비로 아끼는게 진짜 큰 힘이 됨

    물론 페이퍼웍은 엄청 번거롭고 피곤하지만
    그래도 그 정도는 감사합니다. 더 할게 없나요? 해야함 ㅇㅇ

     

    (7개월~8개월차/10월~11월) 혹한기

    존나 싸움 ㅋㅋ
    팀원끼리 싸우든 업체랑 싸우든 자기자신과 싸우든


    왜냐면 지치기 시작하거든.

    게다가 연말이 가까워지면 지원사업 같은것도 끝나고
    분위기가 상당히 루즈해진단말임

    당연히 제품은 완성 안되어있고
    매출은 한참 멀었고
    이게 될지 안될지도 스스로도 모르겠고

    지원사업에 대해 약간 아쉬운 점인데
    머니아카데미아는 엄청난 속도로 뒤나 옆도 안돌아보면서
    앞만보면서 경주마처럼 돌진했는데

    winning mentality와 cash가 바닥을 보이면서 많이 흔들림

    그래서 이탈하는 팀원도 나오고

    대표는 혼자 남아서 괴롭고 고독한 시간을 보낸단 말이야.
    그러면서 건강이나 계좌나 인간관계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질대로 망가져버리고

     

    (9개월 ~ 11개월차/12월, 1월, 2월) 암흑기

    이때 진짜 정신적으로 힘들었음.
    평소에 연말이면 약속이 은근히 잡혀서 몸이 피곤했는데
    난 생각할것도 많고 도와주는 팀원은 없는것 같고
    돈은 돈대로 미친듯이 녹고있고

    사업의 진행이나 가속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게 없는 상태였음

    모든 이벤트들 (생산, 개발, 디자인, 지적재산권, 영업, 사업자 세팅)이
    나름의 분업과 외주로 다 진행 중이고
    하필 또 우리가 아이디어, 교육 컨텐츠다보니까
    영업대상 기관은 이미 예산안이 끝나고 방학에 뭘 할수가 없었음

    난 마냥 기다리거나 재촉하는게 전부인데
    그 동안 할 수 있는게 딱히 없음.
    가성비가 떨어지는건 명확한데 뜬금없이
    디자인이나 개발을 할 수도 없고...

    이때를 버티게 해준건 주식이었음ㅋㅋ
    난 어떻게 해서든 주식, 코인으로 하루 10만원 월 200만원 정도 벌어내면
    뭐라도 해낸것 같으니까...

    그러면서 다시한번 소비자, 고객의 입장에서 이걸 돈주고 살까?
    기관이나 지원금에 기생할까? 투자 받아서 다른 스타트업들처럼 대충 매각하고 접을까?
    아니면 그냥 취업할까 엄청 고민 많았음

    특히 크리스마스 시즌에 한 일주일간
    방에 스스로를 가두고
    술마시다 깨다가 다시 먹고 불켜놓고 자고
    아무때나 일어났다가 토하고 화장실에서 자고
    포르노 보고 게임하고 장난감 갖고 놀고
    병신같이 회복 해야할 시간에 몸을 상하게 했음

     

    (12개월차/3월, 4월) 개같이 부활

    요즘 조오오온나 바쁨.
    암흑기를 멘탈 붙잡고 부랄 붙잡으면서 버텨냈더니
    결국 지원사업 시즌이 돌았고
    이벤트가 생겼고 제품이 나오기 시작함

    물론 좃같음은 계속되고 있고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밤 12시 전에 퇴근(은 하지만 집에서 일 더함)하고

    지난해 짬이 있으니까 여유를 찾아서
    여기저기 나한테 도움되는, 고마운 사람들한테 돌아다니고
    신청할거 신청하고 쪼아댈 사람 쪼아대고

    만들거 발표할거 일정 조율 잘하고

    중요하지 않은거 포기하고 
    급한거 다같이 달려들어서 쥐어짜고

     

     

    솔직히 말하면 아직도 잘 모르겠음
    얼마나 잘될지ㅋ

    강한 직감이라는게 있잖아
    면접이나 시험보고 이번에는 된것 같다
    게임이나 주식할때도 오늘은 좀 아닌것 같다

     

    이런 느낌으로 아주 강한 직감으로
    내년 4월 말에는 우리 계좌에 10억이 꽂혀있을것 같음

    문제는 이게 매출기반일지, 융자기반일지, 투자금일지는 모르겠는데
    뭐가 되었든 올해도 개같이 힘들거라는거임

    지난해보다 더 격하게 싸울수도 있고
    몸이 더 상할 수도 있고
    상처 받을 수도 있고

    어쩌면 법적인 그런 이슈도 있을 수 있겠지만

    자신있어.

    난 패배하는 싸움은 안하는,
    실패를 안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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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은 예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