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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증권사 면접썰 - 1 유안타 증권
    자본주의 대나무숲 - 2 2021. 5. 21.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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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 첫 면접이 유안타 증권이었을거임.

    앞서 말했듯 삼성계열은 내가 씨1바 3년간 5번을 지원했는데 떨어짐. 야 갓-성 보고있냐. 니네 인사팀 일 잘하더라. 새끼드라!!

    정확하게 날짜는 기억 안나는데 17년~18년 사이 겨울이었을거임. 한참 주식 트레이딩만 열심히 하다가 오전에 면접을 보러 가서 처음으로 모니터에서 눈을 뗐던 날로 기억함.


    사실 당시 기억이 너무 날아갔음. 유안타를 봤었나 안봤었나 기억도 안나서 긴가민가하다가 마침 저 명찰이 보여서 떠올라서 그냥 썰을 좀 풀어보면

    당연히 서류에서는 PB고 IB고 다 무시하고 리서치만 썼겠지. 종로였는데 국과수 면접때도 코트입고 갔었는데 저때 면접보려고 처음으로 정장도 샀음. 

    주변 친구들은 첫 정장이어도 30만원 정도는 질러줘야한다 이러면서 처음듣는 메이커 이름을 주르륵 읊는데 당시 돈도 없었고, 어차피 얼굴이 잘생기면 5만원짜리 교복을 입어도 빛이 난다는 지론으로. 걍 7만원짜리 자켓 + 바지, 시즌 지난 4계절 전투용 정장으로 질렀음.

     

    하여튼 서류는 앞서 말했듯 노골적으로 저는 바이오/제약에 있어서는 업계나 배경지식이 존1나 탄탄합니다. 신입중에서는 제가 제일 잘해요. 이렇게 어필했음. 흑역사를 열어보고 싶지 않아서 자기소개서를 꺼내지는 않겠지만 아마 내 성격상 그랬을거임. 

    면접은 한 30분 진행되었는데 여전히 첫질문으로 자기소개해주세요하는 동안 서류 읽어보고 그 자리에서 다 판단하는것 같았음. 면접에서 긴장 안하고 농담하는 배짱이라 별생각없이 내 종목 떨어질까 이런생각하고 있었는데 첫타자가 견제를 놓는거임. 


    저는 어느 대학을 나왔고 어디서 어떤 인턴을 했고 어떤 자격증이 있고 하여튼 제 스펙은 1등 스펙입니다! 그러면서 제약바이오 하고 싶다는 거임.

    그래서 이새1끼 바라 ㅋㅋ 하면서 1분 자기소개할때 이렇게 말했음.

    죽은 사람을 2,000구 이상 부검한 법의조사원입니다. 해부학, 병리학, 생리학, 약학에 대한 얕은 이해가 있으며, 현재 공부차원에서 주식매매를 1년차 하고 있습니다. 이랬음.

     

    그랬더니 면접관이 국과수요? 실제 시신이요? 연습용 말고? 그럼 의사에요? 이런거 물어보고 당연히 처음에 자기 잘난줄 알던친구도 내 얼굴 쳐다보고

     

    기선제압은 성공했는데 면접은 망했음.

     

    당시 금통위가 있었는데 면접관이 혹시 금통위 언제인지 아세요?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얼마인지 아세요? 했는데 당연히 기억 못하고 있었지. 금리를 조절한적이 당시 한 1~2년새 단 한번도 없었던걸로 기억해서 맨날 씨1바 금리 동결해서 그냥 그런 이벤트라고 생각했었지.

    그런데 당일이었던거임. 그리고 앞에 잘난척 한 애가 뉴스 주워들은 것 갖고 어쩌고 저쩌고 설명하길래 나도 주워들은거 열심히 설명했음.

    금리는 동결할걸로 시장은 예상하고 있고, 그 이유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어쩌고 ~~ FOMC 회의는 비둘기파가 어쩌고 매파가 어쩌고 ~~~ 트럼프가 어쩌고 하면서. 그냥 +도 / -도 아닌 평균 점수를 획득한듯.

     

    그리고 그냥 본인이 원하는 섹터 있는지 지원자들한테 물어보고 간단한 전망 이런것들


    난 처음부터 제약/바이오를 강하게 어필했고 그냥 투기적인 단타 말고 펀더멘탈한것들, 몇월에는 어느 학회가 예정되어있어서 어떤 분야의 기업들을 봐야한다. 이런 내용들

     

     

    항상 마지막에는 물어봄. 지원자분은 혹시 제약/바이오가 아닌 다른 섹터로 배정되면 하실수 있겠어요?


    아니오 싫은데요. 안할래요.


    이게 건방이나 무리수가 아니라 승부수인거임.

    냉정하게 말해서 내가 다른애들보다 잘났으면 얼마나 잘났으며, 짬이 있어봐야 얼마나 있겠음. 현장에서는 어차피 엑셀만 두드릴텐데. 그런데 여기서 아 유통도 좋습니다. 전략도 좋습니다. 이러면 내가 처음부터 던졌던 제약바이오는 제일 잘할거라는 이야기마저 무리수가 되는거임.


    어차피 제약바이오가 성공확률이 5% 정도인거고, 다른 섹터가 3% 정도니까 2%p 높은데 올인하는거지. 여기저기에 분산베팅하면 양쪽다 실패하는 거임.

     

    그러면서 말은 예쁘게 했지. 아시다시피 제가 아무리 잘났다고 해도 경력자나 예비 선배님들 입장에서는 햇병아리일거 다 안다. 그런데 동일한 출발선이라면 제가 한 걸음이라도 앞서있는 자리에서 베스트 퍼포먼스를 내고, 아니면 스쳐지나간 인사이트라도 꺼내서 투자에 대한 아이디어와 정보를 제공하고 싶다.

    내가 가장 잘 할수 있는 분야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이고 싶다. 솔직하게는 이미 얕게나마 이해가 있는 섹터를 두고 새로운 섹터의 접근방법을 공부하면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이랬음.

     

    결과는? 

    탈락이지 씨1바 ㅋㅋㅋ 키움이 첫 증권사이자 마지막 증권사였다니까.

    6명중 2명이었나 9명중 1명이었나 기억도 안남. 하여튼 면접비도 2만원인가 3만원인가 줘서 햄버거 사먹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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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은 예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