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보니까 내가 퇴사한 빈자리에 대한 채용공고가 났더라구. 내가 많이 좋아한 우리 허혜민 위원님께서 아직 내 후임으로 적합한 인재를 찾지 못하신건지, 아님 바쁘신건지.
어디 눈치보는 성격은 아니다만 그래도 이전 회사들에 대한 예의와 존중의 느낌으로 내가 여의도를 나오고 나서 풀겠다고 생각했던 것들인데 주르륵 풀어보려구 ㅋㅋ
17년 8월 31일이 국과수 마지막 날이었고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근무는 19년 8월 1일이었으니 거의 2년이 공백기였지. 과학, 공학계열에서 증권, 금융계열로 트랙 옮기는데 당연히 비용은 공짜가 아니었음. 게다가 수학, 프로그래밍도 아니고 생명, 화학, 좋게 봐줘서 법의학을 의료 보건으로 쳐줘도 일단 거리가 멀기도 했고. 17년 상반기 하반기만 삼성증권에 PB로 지원했었고 당연히 서류 탈락함. 당시 삼성그룹은 서류 탈락하면 인간됨됨이에 하자가 있다는 수준으로 큰 이상 없으면 서류는 뽑아준다는 인식이 만연해있었는데 난 매번 서류 탈락했음. 삼성에서도 눈치챈거지. 아 이새1끼는 뽑으면 사고칠 새끼다... ㅋㅋ
삼성증권 인사팀 일 잘한다 삼성증권 매수해라 ^^ 여튼 두어번의 시행착오를 거치고 나서 전략은 리서치만 노렸음. 아이러니하게 가장 어려운 부서인데 나한테 가장 유리한 부서니까. 왜냐하면 나는 전공지식으로는 비빌 수가 없었음. 증권사에는 발에 채이는게 서울대 포스텍 카이스트 유니스트 지스트 연고대 한양대 성대였고 이름 한번 들어봤을만한 미국, 중국 대학 출신도 많으니까. 경력으로 비빌 수도 없었음. 내가 학생때 국과수 세미나랑 학회에 싸돌아다녔지 어디 중소형사 인턴을 한것도 없었고 결과론적으로는 의사나 약사가 되지도 못했고. 제발 국과수 부검실에서 2,000구 시신본걸 제발, 아무 연관이 없어도, 아무리 쳐줘도 그냥 아 그렇구나 정도였음. 자격증으로도 불가능했음. 증권사 취업을 위한 자격증으로는 크게 3개가 있음. 투자자산운용사 (PB), 금융투자분석사 (리서치), 재무위험관리사 (IB) 그런데 난 증권투자상담사인가 권유대행인인가? 고등학생들이 취업할때 쓰는 자격증도 겨우 하나 땄었고 투자자산운용사는 커트라인이 70점인데 69점, 63점, 69점으로 세번치고 걍 손절했음 나는 공부하는걸 워낙 싫어해서 어떠한 시험이든 합격을 목표로 공부하지, 지식을 목표로 공부하는 사람이 아님 어떻게 해야 날로 먹을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잔머리 굴리는 사람인데 투자자산운용사는 일주일 벼락치기로는 안되더라고 ㅋㅋ 그렇다고 그 자격증이 합격 보증수표도 아니고 그냥 가산점, 혹은 성의를 보였다 수준인데 거기에 한 두달을 꼬라박고 싶지는 않고.
게다가 토익도 930인가? 900점 위에서 점수를 만들어 놨었는데 이것도 만료되었음. 그런데 또 이것도 한 2주는 공부해야하는데 이걸 굳이 해야하나 싶기도 하고 ㅋㅋ
그러다보니 어디서든 정공법으로는 비빌 수 없으니 내가 가장 유리한 진영에서 싸우기를 택한거임.
제가 다른 사람들보다 회계나 재무, 숫자에는 약해도 전문지식에는 존1나 강하고여, 제가 베스트입니다! 그러니까 저를 뽑으십쇼! 라는 전략으로 수많은 채용공고를 다 제끼고 '리서치센터 RA' 채용 포지션에만 지원했었음.
개인적으로 자기 역량이 안되거나 자기랑 안맞는 포지션에 지원서 쓰고 면접보는건 좀 바보 같다고 생각함.
당장에야 취업이 급하고 아쉬우니까 여기저기 찔러보는게 심리적으로 어쩔수 없지만 그러다가 안맞는 회사 한 3달만에 나오면 생각보다 엄청 큰 손실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