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가 깡패다 - 적금 좀 하지말자자본주의 대나무숲 - 1 2020. 6. 30. 23:06728x90
A. 나이가 깡패다.
‘내가 가장 귀하게 여기는 자산은 시간이다. 그 다음이 돈이고 인간관계, 사랑 등은 나중이다. 그래서 시간약속에 상당히 예민하고 짜증을 많이 낸다. 어차피 10분 늦게 온다고 그 시간동안 대단한걸 하는것도 아니고 시간 아까워서 휴식은 어떻게 하냐는데 그냥 그렇다. 내 룰이다. 조금 늦는다는 말을 아주 싫어한다. 그냥 30분 늦는다고 말하시라. 나중에 조금 늦는다했지 한 시간 내 온다는 말은 안 했다 이런 소리 할거면 그냥 나랑 만나는 사이 말고 아는 사이 정도로만 지내자.’
당신이 당신의 가족, 여자친구, 자존심, 연구성과, 고양이를 무시하는 사람에게 실망하듯, 나도 내 시간을 귀하게 여겨주지 않는 사람에게 실망한 것이다. 내가 먼저 약속을 취소하게 되면 아주 미안해하고 다음에 식사를 산다. 나와 만나기 위해 시간을 내주는건 상당히 고맙지만 예의는 좀 지켜줬으면 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살면서 가장 중요한게 돈이라고 생각했다. 돈으로 영양제를 먹으면서 ‘건강’을 살 수 있었고, 야식을 배달시켜 먹으며 ‘편리함’도 돈으로 살 수 있었다. 늦은 밤 걸어서 2시간 거리에 택시를 타며 ‘시간’도 살 수 있었다.
맞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은 없다. 다만 돈으로 사려고 할 때 가장 비싼 것이 시간이었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는 사람들은 계좌에 손을 올리고 원하는 행복에 비해 돈이 너무 작은 것은 아닐지 생각해보고 돈으로 사랑을 살 수 없다는 사람들은 거울을 한 번 보고 혹시 돈이 문제가 맞는지 생각해보자.
1. 적금 좀 하지 말자.
재테크나 자기개발서를 보면 항상 하는 말이 적금이다. 그런데 마이너스 계좌를 들고 있는 개털이 작가랍시고 초장부터 적금하지 말란다. 도대체 무슨 소리일까.
나도 적금을 한 번 들었었고 하나는 진행 중이다. 그것도 주택 청약 적금으로 월급날마다 2만 원씩 넣고 있는데 그것도 아까워 죽겠다. 내 의지로 하는 적금 아니다.
나는 대학생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적금을 들었다. 당시 교내에 은행이 하나 있었는데 원래는 이자가 2% 지만 특.별.히. 학생들이니까 2.5%를 쳐준다고 했던 것 같다. 조금만 참으면 2개를 주는 마시멜로 실험처럼 1년을 참으면 치킨을 주는 성인 버전 마시멜로 실험이라고 생각하고 적금을 들었다. 은행이 치킨 사준다. 희희
그런데 학생이 돈이 어디 있나. 안 그래도 용돈도 못 받고 사는 생계형 거지인데... 그래도 나도 으른인데! 하면서 과외하고 알바하고 끼니를 편의점에서 해결하면서 으른이 아닌 그지로 1년을 살았다. 그리고 패를 까보니 Tlqkf 이자가 너무 작었다. 2만원이 채 안됐다.
은행이 나한테 사기를 쳤나? 아니다. 내가 멍청해서 적금 같이 계좌에 whssk 아무 도움되지 않는 금융상품에 투자한거다. 대충 적금 만기시 세후 수령액은 오면 총 납입액 * 이자율/2 정도를 적용하면 얼추 맞더라.
10만원 2% 1년 120만 원 * 2% / 2 = 1.2만원, 약 1만 원 이다.
한 달에 10만원씩 1년간 넣는 적금상품은 120만원을 1년간 빌려주는 대출 상품과 다르다. 연이율 2.5%는 12개월간 맡겨 뒀을 때 얹어주는 이자의 양이고, 매달 붙는 이자는 연 2.5%를 12달로 쪼갠 값이다.
편의상 10만원의 이자 2.5%는 2,400원으로, 2,400원을 12개월로 나눈 한 달에 받
는 이자는 200원으로 계산하자.첫 달에 넣는 10만원은 12개월 뒤에 102,400원이 되어 돌아오고, 마지막 달에 넣는 10만원은 한 달 뒤에 100,200원이 되어 돌아온다. 매달 이자를 원금에 추가해주는 복리 계산도 있고, 세금도 반영해야 하는데 이건 은행이 알아서 다 해준다.
원금이 보장되기는 하지만 1년은 너무 길다. 엄밀히 말해 최근 최저임금과 물가상승률은 폭등하고 금리는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원금의 ‘숫자’는 보장은 되지만 ‘가치’는 떨어지는 확정 손실이다. 1년 전에 1만원이었던 치킨은 이제 1.5만원이 되었다. 이자로 치킨 못 먹는다고요.
시간도 손실이고 계좌도 손해다. 적금은 대표적인 손실 재테크다. 그래도 매달 10만원으로 원금 보장하면서 1년간 1% 수익을 낼 방법이 없는데요?
아니 지금 이해를 못 하셨나본데 1% 수익이 아니라 손.실.이.라.고.요.
의문이 들었다. 아니 은행이 적금 상품을 만들면 영업사원한테 인건비도 줘야 하고 사업으로 손실만 본다면 하지 말아야하는 것 아닌가? 맞다. 그런데도 굳이 이런 상품을 만들어 팔고 있다는 사실은, 은행은 내 돈을 연 2%로 빌려서 2.1% 든 3%든, 10%든 더 큰 수익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또 적금에 제한을 둔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나? 아니다. 월 1만원을 넣든 10만원을 넣든 1,000만원을 넣든 은행은 아무런 저지를 하지 않는다. 결국 은행은 내 돈을 ‘적금’이라는 미끼로 끌어들여서 자기들 돈을 벌고 있다는 뜻이었다. 억울해서 첫 적금 이후 청약 적금 외에 아무 은행상품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사업 아이템도 생각해 봤다. 만기가 1달 남은 월 10만 원 납입 적금 통장을 111만원에 매입하는 것이다. 급전이 필요한데 만기를 깨긴 아쉬운 사람들의 통장 말이다.
네이버 기준 월 10만원 2.5% 적금 세후 수령액이 121.3만원이다. 마지막 달은 내 돈도 내야하니까 한 달에 10만원을 투자해 3,000원 정도를 벌 수 있다. 한 달에 3,000원이 사업이냐. 인건비도 안 나온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한 달에 3%면 놀라운 수익률이다. 2%도 충분하다. 우리는 연 1% 투자처를 못 찾아서 적금을 들었다. 이에 비하면 월 3%면 어마어마한 탑 티어 펀드급 수익률이다. 만약 저런 계좌를 매달 10억 원어치 모을 수 있으면 매달 3,000만 원을 벌 수 있다.
이때 적금 계좌를 매입할 111만원은 1년에 3% 수익률(이자)을 제시하고 정도에 투자자를 모집하면 되지 않을까? 내가 바로 ‘적금 전문 은행’이 되어서 남의 돈으로 적금 통장을 사 모으는 것이다.
그런데 모두 알다시피 통장매매는 불법이다. 공급이나 수요가 있을지도 모르겠고. 그래도 비슷한 파생상품이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잘 모르겠다. 내가 생각한건 누군가 몰래 꿀 빨고 있거나 하다가 망한 아이템이니까.
최근 2020년 2월 초, 하나은행에서 월 30만원 한도의 연 5% 짜리 적금 상품을 판매했다고 한다. 마침 나는 일반 신용 대출을 알아보는 중이었는데 상담원 연결도 안 되고 웹, 앱도 자꾸 튕겨서 속이 터졌었다. 은행 입장에서 돈 빌려주는 고객보다 돈 빌리는 고객이 더 수익에 도움되지 않나. 아님 말구.
신한은행에 다니는 대학 친구에 의하면 만기 이자가 10만원 수준이라고 한다. 10만원이면 직장인 일당 혹은 월 1만원 보너스 수준이다. 월 30만원씩 월세를 은행에 빌려 드리고 받는 보상이라기에는 수지 타산이 안 맞는 딜 같다. 그럼 차라리 이 책을 매달 사셔서 주변에 선물하시는게... 읍읍!
혹~~시라도 2%대 마이너스 통장으로 매달 30만원을 빌려서 적금에 달달이 넣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만 이익이다. 그래도 줄 서고 시간 낭비하면 인건비도 안 나온다.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가 뭘 따지나. 그냥 좋다니까 하는거지. 아마 저 분들은 만기가 되고 실제 이자를 세금 제하고 받았을 때 상당한 배신감을 느낄 것이다.
이때 연 5% 적금도 인건비가 안 나오는데 3%는 당연히 안 나오겠죠? 그렇다면 2%는? 1%는? 적금을 왜 하는지 잘 모르겠다. 사실 알고 있다. 금융에 대해 공부해보지 않아서 그런다.
핸드폰 요금 눈속임으로 돈을 버는 나쁜 사람들이 많다. 편의점의 2+1은 대형 매장보다 저렴한 경우가 많고, 정기배송이나 구독 서비스도 따지고 물어 뜯어보면 딱히 합리적이지 않은 상품이 많다. 은행, 보험, 펀드도 마찬가지다.
내 주머니를 먼저 챙겨주는 따듯한 자본주의는 없다. 따듯하다면 의심하자. 그리고 내 돈은 내가 지키자. 옷 한 벌을 사도 최저가나 할인쿠폰에 개인 신상 정보를 넘기는 사람들이 정작 자기 돈을 재우는 적금은 의심하지 않는다. 나도 그랬다.
'자본주의 대나무숲 - 1'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이가 깡패다 - 미래의 내가 알아서 하겠지 (4) 2020.07.01 나이가 깡패다 - 내가 돈이 없는데는 이유가 있다니까? (0) 2020.07.01 나이가 깡패다 - 연봉 1억 따위 (0) 2020.06.30 자본주의 대나무숲 - 여는말 (5) 2020.06.30 자본주의 대나무숲 (2) 2020.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