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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고생의 금융노트 -3. 여는말, 돈의 정체과학고생의 금융노트 2024. 1. 11. 23:50728x90
(목차) 2. 돈의 정체
이번에는 철학적으로 돈의 정체에 대해 고민해 볼거야.
행복한 상상하나 해보자. 로또에 당첨되었어. 20억이든 20만 달러든 아무튼 돈을 왕창 가지게 되었고, 현금이든 계좌든 아무튼 가진상황이야.
그런데 문제가 있는데 세상이 멸망했어. 그래서 배낭 하나 메고 서울 한복판을 방황하는 중이야. 그러면 과연 그때도 돈이 중요할까. 차라리 생수통이나 통조림 같은게 더 낫지 않을까? 어차피 들고 있어봐야 땔감이나 연료 밖에 안될거 아니야 곰팡이 피어서 호흡에 방해만 될걸?
게임으로 생각해보면 인벤토리 가방 같은거야. 50메소짜리 체력 포션 100개씩 들고 다닐 수도 있지만 기동성을 고려하면 5000메소를 들고 다니면서 마을 상점에서 필요할 때 사는게 낫잖아. 그리고 인생게임에서 나라는 캐릭터의 인벤토리는 아주아주 한정적이야.
그래서 내 결론은 있잖아. '돈은 가장 바꾸기 쉬운 물건'이야.
내가 원하는걸 손에 넣고 싶을 때 상대 손에 쥐어 줘야 하는 바로 그거야. 우리가 돈을 필요로 하는 이유도 그렇잖아. 카페인 알코올 니코틴 탄단지 뭐든지 내가 필요하거나 갖고 싶은게 있으면 그걸 받기 위해 상대 손에 쥐어줄 ‘돈’이 필요해서.
내가 고민 엄청 많이 해봤거든. 산다, 판다라는 개념이 우리가 금융이나 경제, 혹은 돈이라는 수단에 대해 넓게 생각하지 못하게 하는 어떤 장벽이 되어버린 것 같더라고.
내가 하는 이야기를 이해하려면 지금부터는 돈으로 치킨을 산다, 버스를 탄다, 이런 산다/판다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과 돈을 바꾼다 라고 받아들이면 수월할거야.
가령 내가 1000원이 있으면 제로 콜라를 살 수 있다가 아니라 1000원짜리 지폐를 제로 콜라와 바꿀 수 있다. 이런 느낌.
다시 원래이야기로 돌아와보자. 우리가 돈을 벌고 모으고 쓰는 이유는 내가 원하는 것과 바꾸기 위해서라고 했지.
버스를 탈 수 있는데 택시를 타는 이유는 돈으로 시간과 편리성, 편안함을 바꾸는 거고, 모은 돈으로 영양제를 먹을 수도 있고, 글쎄 사랑도 가능할 것 같은데 아님 말고.
반대로 알바를 하거나 회사를 다니는 행동은 내 시간, 인력, 능력을 (다른 것과 바꾸기 가장 쉬운) 돈과 바꾸는거지. 왜? 나중에 필요한 것 사려고... 아니. 필요한 것과 바꾸려고
그래서 우리는 돈이 필요해. 기본적으로 의식주도 있고 포만감, 영양, 편안함, 자기만족 같은 것들과 바꿀 수 있고, 지식이나 명예, 자존심, 건강, 행복 같은 인생게임 내 캐릭터를 강화할 수도 있고, 강화에 필요한 시간이나 재료를 바꿀 수도 있지.
아마 돈이 충분히 많으면 명예, 자존심, 건강, 행복 같은 무형의 자산들도 살 수 있을거야. 살 수 없다면 액수가 적은거야.
이제 다시 한번 처음에 세상이 멸망한 상황을 상상해보면 설명이 될거야. 돈이 많긴한데 돈으로 바꿀 수 있는 것들이 없고, 돈을 바꿔줄 사람도 없으니까 그때는 돈이 필요없는거지. 그냥 종이 조각과 금속 덩어리일 뿐이야. 무기로 쓸 수는 있겠다 화공이나 투척용으로.
상상속이나 영화에서만 있을 것 같지? 최근 경제가 망가진 남미에서 돈으로 종이접기를 하거나 돈을 무게로 달아서 바꾸면서 사용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돈의 속성을 알고 있어.
그러면 아포칼립스 말고 일상에서도 돈 없이 살 수 있을까?
나는 의도치 않게 돈이 없는 생활을 한 1주 해봤거든? 내가 증권사 다닐 때 대출이 있었는데 퇴사하고 대출이 만료가 된거야.
금리 좀 오를거는 알고 있었지만 내 상황이 급변하다보니 상담을 해야할 것 같대. 하필 설 연휴라 은행도 안 열어서 지갑 열어보니까 만원짜리 한 장 겨우 있더라.
아찔했어. 이유는 모르겠지만 신용카드도 막혔었고 후불 교통카드는 되더라. 친구들이 현금 좀 보내줄까 하는데 어차피 통장이 막혀 있는데 출금도 못하고... 그래서 무슨짓을 했냐하면 기프티콘을 나한테 선물하기 하면서 편의점 상품권 사서 편의점 식사를 며칠간했어. 쿠팡 포인트로 쿠팡이츠도 먹고.
아무튼 생존이 가능하긴 했는데 이게 그런 느낌인거야. '돈' 자체가 없어도 돈을 대신할만한 상품권이든 친구간 신용이든 뭐가 있으면, 물물교환을 할 만한 물건이든 신용이든 뭐든 있으면 된다는거지.
어때 돈은 산다 판다도 좋지만 그 기저에는 물물교환의 수단이다 라는 아이디어와 실험, 그리고 증명.
극단적으로는 이런 사례도 기억날거야.
삼성전자 이건희 전 회장님이 돌아가시고 이재용 대통령...아니 부회장님이 상속을 받아야하는데 세금이 엄청나잖아. 그래서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고 했는데 은행이 줄을 섰다는거야.
사실 이재용 부회장님이 세금 낼 돈이 없어서 개인 파산할 일도 없을테고, 정 없으면 삼성 그룹 주식 팔아서라도 낼 수는 있을텐데 이런 사람이 이자를 내면서 돈을 빌리려 한다? 완전 안전한 투자처잖아. 나는 ‘이재용 채권’이면 미국채 이상으로 안전하다고 생각해.
그래서 기존 주식이나 부동산 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같은 상품 뿐 아니라 특별한 상품을 만들어서라도 대출을 해드리겠다. 제발 저희 돈 빌려가셔라 (그리고 이자 꼬박꼬박 내주세용 ^^) 이런거지.
우리랑은 먼 이야기 같지만 세금 납부가 어마어마한 부담이더라고. 사업자 분들 중에는 세금 내려고 대출 받는 분들도 있고 카드로 알뜰하게 세금 납부하는 방법도 있는데 아마 찐부자들은 공감할거야. 미쳐버리거든요 이거.
아무튼 포인트는 말이야. 돈이 없이도 가능하다는게 그냥 내 한 두푼 일주일 고생한 수준이 아니라 몇 년 동안 몇천억까지도 유효하다는 뜻이야.
돈이 없어도 살 수는 있어.
다시 한 번, 돈의 정체는 있잖아. 다른 필요한 것들과 바꾸기 가장 쉬워서 가장 우선적으로 가져야 하는거야. 의료 서비스와 교육 서비스, 공공 치안과 안보, 자유, 뭐든지 상대가 내 돈과 바꿀수 있을것 같으면 그걸 갖기 위해서.
이 본질을 꿰뚫어보면 이런 발상도 할 수 있어.
벌금에 대한 이야기인데 나쁜 짓을 했으니 벌을 받아라, 죗값을 치러라 이런 의미가 아니라 벌금을 어떤 나쁜 짓을 하기 위한 비용으로 해석하는거지.
예를 들어서 내가 슈퍼카를 타고 시속 200 300 밟고 싶은데 안되잖아. 그 이유는? 사람이 다칠 수 있으니까.
그러면 사람이 없는 명절에 한적한 고속도로에서 신나게 밟아. 그리고 벌금을 내는거지. 내가 고속도로에서 다른 사람 생명의 위협을 가할 수 있는 나쁜 짓을 해서 벌금이라는 벌을 받은게 아니라 과속을 하기 위한 ‘비용’으로 10만원을 낸거야. 아, 내 이야기는 아니야. 난 운전할 줄 몰라. 차도 없어.
더 재밌는 이야기도 있어. 내가 키움 다닐때 공부하다가 본 사례인데 제약회사는 신약을 개발할때 돈이 엄청 들잖아. 연구 비용대비 성과 같은 수익성도 있지만 환자의 목숨을 걸고 연구하다보니 도의적인 부분도 있어서 시험 비용이 어마어마하거든.
아무튼 그런 피로 만들어진 귀한 약은 총대 매고, 수많은 실패를 스스로 감당하고 개발한 제약사에 혜택을 지켜줘야해. 만약 개발하자마자 인류를 위해 다 풀어라. 그런소리하면 누가 신약을 개발하겠어.
그래서 특허로 보호해주는거지. 일반적으로 15년간 보호해주는데 기업들이 특허를 방어하는 전략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되면 하고, 일단은 돈의 정체 이야기 좀더 해보자.
사실 특허를 낸다는게 그 약품의 레시피를 공개하는거거든. 우리가 이런 기술로 이런 약을 만들었으니 흉내내지 마세요. 우리의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간주하겠습니다.
그래서 어떤 약품의 특허가 끝나면 공개된 레시피가 있잖아. 그러면 어떤 제약사는 그런 비즈니스만 하는거야.
특허 끝나기를 기다리면서 기존약을 레시피대로 저렴하게 만들어서 돈을 버는거지. 어차피 효과만 같으면 저렴한거 쓰는게 이득이지. 물론~ 원래 약과 효능이 같더라 하는 시험도 해야하긴 해.
아무튼 미국의 암젠이라는 회사에서 특허가 만료되지 않았는데 그냥 출시한거야. 현실적으로 의사쌤들한테 영업 할 때 제일 먼저 제품을 소개할 수도 있고 환자들도 어 지난번에는 빨간약 먹었는데 왜 초록약으로 바뀌었어요? 그냥 빨간약 쓸래요 할 수도 있고, 보통 특허가 필요한 수준의 약은 한번 처방이 끝이 아니라 몇번씩 주기적으로 해야하거든.
그래서 오리지널 약을 만든 회사에서 야 너네 우리 특허 아직 안끝났는데? 헷갈린거 아니야?
어 알고 있어. 고소할래? 그냥 우리끼리 합의하는건 어때? 얼마 줄게. 아니면 그냥 고소해. 우리 특허침해 맞음 ㅇㅇ
와 미쳤다. 계산기를 두드려봤을 때 소송 맞고 벌금이랑 특허침해 합의금 물어주는 대신, 시장을 선점하고 영업하는 전략이 기다렸다가 레드오션에서 쏟아지는 약들과 경쟁하는 것보다 더 싸다는 판단이라는거지.
돈으로 더 큰 돈을 산거야. 우리도 돈으로 돈을 살 수 있어. 수수료 좀 드리면서 세무사나 전문 투자자들한테 맡기는거.
그래서 돈으로 시작해서 재테크를 정의하는 이번 여는 말의 결론은, 재테크는 How to control Money야.
돈의 본질을 이해하고 활용할 줄 아는거.
돈을 그냥 단순히 살 수 있는 능력 같은 수준이 아니라 메소 익스플로젼이나 특허 침해 소송비용처럼 돈 그 자체를 하나의 수단으로 삼아서 실현 가능한 이익을 뽑아내는거. 이게 내가 생각하는 재테크야.
먹방하는 사람들이 정말로 그 정도 양을 먹지 않으면 에너지 딸려서 쓰러져 죽을까? 아니. 그 정도 자금을 투입해서 더 큰돈을 벌려고 하는거지. 유튜브에 사기꾼들이 코인이나 불법 해외선물 하면서 형님들 날렸네요 도와주세요 하는 것도 뒤로는 더 큰 돈을 벌 수 있으니까 돈을 써서 돈을 버는거고.
돈을 다룬다는건 그냥 뭐 주식을 한다, 부동산을 한다. 재테크 상품 꿀팁이 있다 이런 수준이 아닌거야. 이해한 만큼, 화려하게, 기가 막히게, 돈과 유무형 자산을 서로 신나게 바꿔가면서 전체 파이를 늘리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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