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과학고생의 금융노트 - 2. 여는말, 경제? 아니 금융
    과학고생의 금융노트 2024. 1. 10. 01:00
    728x90

    (목차) 1. 경제? 아니 금융

     

    아담 스미스라는 사람 알아? 내 친구는 아니고 '보이지 않는 손'으로 유명하고 우리가 맛있는 빵을 먹을 수 있는 이유는 빵집 주인의 자비심이 아니라 (돈을 많이 벌고 싶은) 빵집 주인의 이기심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한 '국부론'의 저자야.

    후일담으로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은 어떻게 해야 한 나라가 강해질 수 있을까에 대해 연구한 철학책이지 경제학 책이 아니라고 본인도 죽을때까지 설명했다고 해. 

    경제학에 무슨 철학 같은 소리를 하냐고 물어보겠지? 왜 그런걸 따지고 있냐고 돈 버는 방법이나 알려달라고.

    경제학이 철학임을 정의한 이유는 정답이 없기 때문이야. 간단하지만 심오한 아동착취의 역사 한번 살펴보자.

    우리 아동, 청소년은 보호해야할 존재라는거 누구나 동의할 수 있지? 그런데 이 내용도 절대 불변의 진리는 아니야.

    예를 들어 18세기 산업혁명 시대에는 10살 남짓 아이들이 산업전선에 뛰어나갔어. 기록에 따르면 하루 10시간 톱밥 먹으면서 일했다고 하니까 실제로는 하루 한끼 겨우 먹으면서 14시간씩 일했을거야. 톱밥도 나무로 만든거니까 채소네...

    지금보다 식품 기술이나 영양학, 의학도 발전하지 못했을테니 성인이 되기 전에 많이들 죽었겠지.

    그런데 우리 산업혁명이 경제 발전을 이뤘다에만 집중하지 아동 착취에 대해 생각해본 사람은 없지? 그리고 그때도 어느 기업가의 불법행위다 라고 주장하지는 않았을거야. 헐값이었겠지만 돈을 주기는 줬을테고, 그 돈으로 소년소녀 가장들은 본인과 가족을 먹여 살렸을테니까.

    결국 경제는 본능적인 인간의 판단인거야. 거시/미시 경제, 화폐이론, 비교우위, 시장과 정부, 금융수학 다 좋은 이야기이지만 본질적으로 경제는 철학이고 인간의 판단과 상호작용을 해석하는거라고.

    이제 내가 그 아동착취의 현장에 있다고 상상해보자. 산업혁명 때 기업가가 아동착취를 왜 했을까? 성인 고용하면 되는데? 답은 아주 간단하죠? 돈을 더 벌 수 있어서.

    산업혁명시기에 생산물인 면직물은 원래 실 한 가닥 한 가닥 뽑아야했지만 기계를 발명하면서 큰 숙련도가 필요하지 않게 되었어. 방직기가 돌아가던 중 실이 끊어지면 사람이 직접 이어줘야하는데 성인보다 체구가 작은 아이들이 더 적합했지. 이때 굳이 분류하자면 잉여인력이던 아이들이 생산인력이 되었고 가정에서도 그 돈이라도 벌어야 먹고 살 수 있었을거야. 게다가 노동자를 보호하는 법도 아주 약했으니까.

    돈 벌기에는 환상적인 조건이 만들어진거지.

    아동착취의 역사는 경제적으로 노동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 기업운영에 있어서 비용절감과 이윤 추구의 흔적이야.

    역시 경제와 자본은 누군가의 목숨값으로 발전하는 군요. 저희도 착취하는 비윤리적인 자본가가 되자는 말인가요? 아니요. 돈은 사람을 구하기도 합니다.

    더 놀라운 점은 노동법을 만들고 아이들한테 일 시키지 말아라 이런 바람을 불게 한 집단은 누군지 알아? 아이들 본인이 절대 아니고 돈 많이 번 대기업 사람들이야. 물론 정치권이나 노동 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기업이 아동들 착취하지 맙시다! 나쁜 놈들은 감옥에 쳐 넣어야합니다! 더러운 돈 다 뺏어버립시다! 필요하면 뇌물도... 아니 ㅋㅋ 아무튼 이때 대기업 자본가들이 갑자기 각성해서, 현자타임을 느껴서, 꿀단지 빨대 꽂다가 탈나서, 아니면 진심으로 선한마음으로 아동을 위한 법을 강화했을까?

    아니. 중소기업들 말려죽이려고.

    대기업, 자본가들은 돈을 더 벌고 싶단 말이야. 그래서 대응전략 세워놓고 돈 벌기에 환상적인 이유였던 아동의 노동, 바로 그 조건을 의도적으로 망가트리는거지.

    계산을 좀 해보니까 아이들 착취하는 것보다 옆집 망해서 내가 그 고객들을 다 먹는게 더 돈을 잘 벌 것 같단 말이야.

    더 이상 아이들이 필요 없는 기계를 개발하든, 아동들의 임금이나 복지를 하늘로 쏘아 올리든, 아동들을 노동시장에서 퇴출시키면 옆집 다 굶어 죽을것 같단 말이야.

    그래서 아동들은 소중합니다 저희 공장이 학교를 짓고 밥도 주고 급여도 많이 주고 사회에 공헌하겠습니다. 아동착취하는 저 나쁜 새끼들 물품 팔아주지 맙시다!

    경쟁 중소기업이 완전히 말라죽으면 그때서야 갑자기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애들 공부해도 소용이 없더라고요. 기술이 최고입니다. 할 수 있겠지만 이미 경쟁업체들은 죽었어. 나는 그 시장을 다 먹었고.

    돈을 더 많이 벌고 싶어서 아동들이 희생되었는데 아이러니하게 아동들을 더 많이 살려준 것도 돈을 더 벌고 싶은 사람들이야. 중소기업 사장님들이 망한건? 그게 원하던 결말이잖아.

    아이들 착취해서 배 불리던 중소기업 사장님들 망하고 내가 더 부자가 되는 것. 정의롭지 난 애들을 구했어. 내가 영웅이 아니면 누가 영웅입니까?

     

    중소기업 사장님들은 그냥 자본시장에서 도태된거야. 저희 치킨게임하지 마시고 저희가 1차 밴더로 납품할게요 할 수도 있었을테고 품질이나 경쟁력, 마케팅, 브랜딩, 새로운 시장의 발굴 등으로 경쟁했을 수도 있고 아무튼 전략이 있었겠지만 패배한거야.

    그런데 사실 우리는 대부분 자본가도 중소기업 사장님도 아니잖아. 대부분 노동자일텐데, 만약 우리가 산업혁명 시대에 살고 있었던 아동들이라면 어떤 판단을 해야할까? 자본가 타도! 기계 타도! 외치면서 러다이트 해야할까? 나도 AI는 반대지만 가끔 보면 맹목적으로 AI를 반대하는 사람들 많더라

    글쎄 어차피 시간은 흐르고 경제는 돈을 더 많이 벌고 싶은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흐른다면 올라타야지. 시대를 거스를 수 없으면 올라타자.

    내가 굶어 죽을 상황에 놓인 아동이라면 면직물 말고 차라리 대기업의 공사현장에 갔어. 어차피 똑같이 개고생하고 착취 당하는 운명은 거스를 수 없으니. 돈은 없지만 최후의 승자가 대기업으로 예측된다면 거기에 줄 서야지.

    21세기도 그렇잖아? 입으로는 대기업 착취가 어쩌고 불매가 저쩌고 하면서 채용공고 나오면 헐레벌떡 워드 열어서 자기소개서 쓰고 인적성 책 사는 우리 모습이야.

    그러면 만약 내가 착취당하는 아동이라면 어떻게 해야했을까?

    헤헤 안녕하세요. 그냥 개똥이라고 부르시고요. 옆 공장을 짓는데 벽돌 5,000장을 쌓은 경력직이랍니다. 건물 구석진 곳 성인은 못하는 위치 전문이고요, 혹시 사장님 다음에 건물 지으실 때 연락 주세요. 가장 효율적으로 쌓는 방법을 알고요 우리 정예 크루도 있답니다ㅋㅋ 저도 뭐 소장 같은거 시켜주면 양심적으로만 떼먹고... 아니 나도 모르게 본심이 나와버렸네.

    개인적으로 한 분야에 프로페셔널한 역량을 갖는 것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빡센 경쟁은 가급적 피하자 주의라서. 어때 벌써 이상하지. 이 사람이 좋은 사람인가 나쁜 사람인가. 그럼 나도 나쁜 사람인가? 혹시 내가 지금 이 사이비 양반의 비윤리적 사상에 물들고 있나?

     

     

     

     

     

     

    뜬금없이 법이나 역사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내가 지금부터 경제학은

    '인간은 경제적인 선택을 할 때 가장 이기적인 판단을 내린다'
    라는 단 한 줄의 대전제와

    '어차피 경제 흐름은 개인이 막을 수 없으니 줄서서 빨아먹자'

    라는 철학으로 설명을 시작하기 위함이야.

     

    엄청 당연해보이는 대전제에 맞고 틀림을 위해 몇 년을 연구했는데 맞는것 같아. 우리가 학생 때 일찐들한테 맞기 싫어서 그냥 MP3 줬던거나, 늦은 밤 술 먹고 택시 타느니 근처 모텔 잡아서 외박하는 사소한 판단부터,

    중국 우한폐렴 시즌 때 미국이 봉쇄를 안하고 생명과 경제 중 경제를 선택했던 이유부터 왜 미국 주식을 장투해도 되는지, 왜 어떤 정치인이 부동산을 팔지 않고 사퇴를 선택했는지.

    기업인들이 왜 사람을 뽑지 않고 주식회사는 왜 배당을 하지 않는지 등 인간 사이의 상호작용에 대한 설명들. 모두 설명할 수 있는 단 한 줄의 대전제야

     

    경제학 철학인거 알겠어. 그래서 돈을 어떻게 벌 수 있냐고? 아동착취 사례와 똑같아. 이용해 먹을거야. 주식투자니 파이프라인이니 다 좋지만 사상을 갖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해. 사기꾼들이 하는 말 곧이 곧대로 들으면서 외우지 좀 말고.

    다시 한 번, 세상의 돈길을 내가 막을 수는 없고 큰 파도는 내가 일으킬 수는 없어. 요동치는 파도에 서서 내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실시간으로 예측해 보고 준비 액션.

     

    그래서 미안하지만 내기준에 금융은 말이야. 백그라운드가 좀 넓어. 기초적으로 수학, , 철학, 과학, 역사를 이해해야하고, 깊숙히 들어가려면 윤리, 심리, 제도와 틈의 발견과 활용 같은 부분들이 필요하지.

    복잡하고 어려울 것 같아서 싫어? 싫으면 하지마. 그런데 과연 하기 싫다고 피할 수 있을까? 사실 돈 안 벌고 돈 안 쓰고 자유롭게 사는 사람들이 있긴 한데 사회적으로 그 사람들은 노숙자라고 부르더라고.

    댓글

금융은 예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