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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고생의 금융노트 - 30. 10억리그과학고생의 금융노트 2024. 4. 16. 23:50728x90
(목차) 14. 10억 리그
사실 나 10억 리그는 못 가봤고 5억 근처까지는 가봤어. 그 말은 5억은 못 만져봤다는 말이면서 동시에 고꾸라졌다는 말이지. 그래서 자산운용 빌드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가 마지막이야. 이제는 빌드보다 리그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겠다.
10억 리그 근처가면 지키는게 맞고 이제서야 경제학이 필요해. 주식 처음 공부할 때 했던 것들 있잖아. 무슨 CPI가 어쩌고 장단기 금리차가 저쩌고 했던것들. 그래서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눈치채고 부동산 비중은 좀 줄여야겠다. 현금을 확보해야겠다. 달러나 골드바를 사볼까. 아니면 공격적으로 사업체를 확장해야겠다 이런 판단들을 위한 경제 공부.
돈을 지킨다는 말이 어떤 맥락인지 알것 같아? 돈을 지킨다는건 인플레이션에서 살아남는다는 말이야. 앞서 잠깐 이야기했었지? '화폐 가치가 하락해서' 물가가 오르는 현상.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물가가 오르는 이유는 코로나때 마스크 대란처럼 1차원적인 수요와 공급 이슈도 있고 인건비 등 원가 상승도 있을 수 있고 스위스 산 꼭대기에서 컵라면이 5000원인 것처럼 희소성 이슈도 있겠지만 '화폐 가치'가 이끄는 물가 상승을 이겨내야한다는 말이지.
그런데 이쯤이면 처음 말했던 경제적 자유와 꿈, 낭만을 찾아가는 여정을 스스로 해도 될 것 같다.
어차피 맨손으로 월 200 아르바이트 하면서 부지런히 일자리 갖고 온갖 금융상품도 다뤄보는 동안 사기꾼도 만나 봤을테고 세상 돈맛 똥맛 다 겪어 보면서 10억을 모았다면 더이상 내 가이드라인도 필요 없을거야. 아주 높은 확률로 나보다 돈에 대해 더 잘 알겠지. 나 좀 채용해줘라. 그냥 주식 재미로하고 책보면서 헛소리나 하고 월급 받고 싶어.
그리고 이 이야기는 나 같은 평범한 흙수저들을 위한 이야기야. 로또 대박, 금수저, 9자리 연봉의 전문직, 자영업자, 뒷골목 형님들, 프리랜서나 기업가 등은 내가 해본적 없어서 말 못해.
나도 금융 교육을 사업으로 해볼 수 있을까 해서 인생 한 5년 걸었고 증권사 연봉도 버리고 내 돈도 억단위로 쏟아부어 봤는데 안되더라고. 본질이 안 맞았어. 학자, 교육자, 사업가, 작가는 결이 많이 다르더라.
여기까지 읽을 사람 많이 없을 테니까 허심탄회하게 하소연 좀 하는건데. 있잖아. 내가 원하는 모습은 학자야. 내가 하는 말과 생각들이 어느 한 시대에만 유효해서는 안되고 과거에도, 미래에도 유효해야했어. 그러다보니 경제 이론, 실무, 폭 넓게 공부하고 아이디어는 물론이고 철학, 법, 역사도 살피고 목차만 3달 넘게 썼지. 심지어 수포자인데 수학도 다시 공부했어. 블랙숄즈 모델을 이해하고 싶어서. 그리고 깨질걸 알면서 옵션도 건드려보고 그릇에 넘치는걸 알면서 사업도 질러보고.
재테크 이야기 하기 전에 경제의 원리, 그것도 수요 공급 같은 기초 이야기 꺼내기전에 인간의 이기심에서 시작한다는 원리들을 파고 들면서 산업혁명에 아동착취 이야기도 했잖아. 그런데 말이야, 아인슈타인은 교과서를 만들지 않았어. 논문을 썼지.
내가 교육자라면 원리의 원리의 원리가 아니라 교과과정에서 마이너스를 배우지 않은 학생들에게 마이너스 수익률을 설명할 수 있는가, 퀴즈를 만들어야하는가, 적용하는 과정과 그에 상응하는 실습, 혹은 성과의 평가를 만들어야했고. 기술서가 아니라 이론서와 문제집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야.
내가 사업가라면 미안하지만 니들이 알아 듣는지 못 알아 듣는지 말든 내 사정 아니야. 영업처를 한곳이라도 더 따내고, 직원을 뽑아서 강의하고 받아올 수 있고 가능하면 직원들이 영업도 따오고 홍보도 하게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지.
강사 직원들도 미안하지만 자기들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몰라도 상관없어. 돈만 벌어오면 되니까. 사업의 탄생 이유는 돈 버는거야. 질문시간 안주면 되고 질문 어차피 뻔해. 주식 올라요? 비트코인 왜 떨어지나요? 부동산 올라요? 계좌 깔 수 있어요?
사업은 돈 벌려고 하는거니까 ESG, 사회공헌 같은건 그 다음이야. 직원들 먼저 먹여살리고 내 앞가림 해야지.
그래서 내 사업이 본질적으로 망한거야. 엄밀히 말하면 처음부터 사업이 아니라 연구였지. 여기저기 술 마시고 꼬리 살랑살랑 흔들면서 영업 따내고 강의하고 컨텐츠 찍어 팔아서 돈 벌었어야 했는데 난 내 이야기들이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이걸 팔아서 돈을 버는게 용납이 안되더라고.
누군가가 만약 내 검증되지 않은 사상을 그대로 받아먹어서 인생 몇 년 뒷걸음질치고, 나아가 자녀한테 잘못된 이야기하면 그거 어떻게 책임질거야. 학자의 의무감이라는게 남았나봐.
사실 알고는 있었어. 외면했고. 너네 아가리로는 대한민국 금융문맹이 어쩌고... 금융교육이 절실하네요 저쩌고... 해놓고 막상 이런거 내가 열심히 피피티 만들고 자료 만들면서 접근방법과 발상, 이해, 배경을 전달하려고 발버둥 쳤는데 외면당했지. 대한민국에서 자격증이나 시험 고득점 같은 '스킬'이 아닌 '공부'에는 지갑 안열어.
이 글도 봐봐. 전문용어가 중간중간 나오긴 하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은 아닐껄? 어떻게해서든 거부감 없애려고 다소 천박한 용어도 쓰고 게임 이야기도 꺼냈어. 내용만 전달하면 메신저가 병신 취급 받아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마인드였는데... 심지어 강의할 때 쓰려고 보드게임이랑 어플도 만들었음.
아무튼 내 개인 자산은 물론, 커리어, 건강 싹다 담보로 잡고 한번 해보자 했는데 결과적으로 나는 망했어. 최소한의 보상도 못 받았고 외면당했다는 부분이 아니라 아직 시대가 수준미달인건가? 하는 생각에 서럽고 화가 나더라. 차라리 내가 진짜 병신인거면 좋겠다. 하면서 처음부터 의심하면서 보라고 밑밥깔았잖아.
어쩌겠어. 내 나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글들을 남기는거야. 과거 연금술이 실패한 학문이면서 더 나은 발전을 위한 밑거름으로 쓰였듯, 실패한 연구노트를 남기는거야. 그리고 이제는 내 30년 인생을 담보로 빌려온 돈이랑 시간 갚을 때가 된 것 같다. 주식 이야기는 쉽게 안꺼낼거야. 내 진짜 마지막 밥그릇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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