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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요나라 재팬 - 6. 토리키조쿠
    생각 모음/일상 2024. 8. 21.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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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밤에는 술 마시고 싶어서 술집 갔음

    혹시나 운명적인 사랑을 만날 수 있을까 하고
    로컬 술집으로 갈까 하다가
    어차피 나 일본어 못하니까
    그냥 싸게 술이나 진탕 마시고 싶어서 가성비 술집으로 감

    토리키조쿠라는 꼬치구이집이고
    모든 메뉴가 370엔인가 하는 집임

     

    일부러 신오쿠보 한인타운에 있는 곳으로 갔는데
    여기서 잠깐 생각에 빠지고 현타를 느낀게

    며칠전 아키바에서 사람사는곳 어차피 다 똑같다고 했잖슴

    우연히 기적같은 사랑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전혀 없는건 아니었지만
    생각해보니 그러면 한인타운에 가면 안되는거임

     

    예를 들어 한국에서도 여자 잘 만나려면
    클럽이나 헌팅포차, 소개팅어플로 좋은 여자 만나기 쉽지 않은것처럼
    좀 정신머리 제대로 박힌 여자 만나려면
    학교나 직장 (소개, 사내연애 △)에서 만나야하는 것처럼

    아무튼 신오쿠보 돌아다니면
    예쁘장한 스시녀들이 잘생겼어요 해주는데
    멘헤라는 아니지만 느낌이 쎄한거임
    앗 얘들 고추가루 많이 묻은 스시녀들이다

    그래서 니혼진이라고 거짓말했더니 눈빛 바뀜 ㄷㄷㄷ;;

     

    아무튼 한인타운/클럽 죽순이, K pop 뽕 맞은
    타락한 스시녀들 만날 수 있으니
    괜히 오사케노무 하지말고

    그냥 히또츠 데끼마스까? 하고 자리 안내받아서 술 존나 먹음
    문법이 맞는지는 모르겠으나 걔들도 눈치가 있으면
    혼자 먹으러 왔다는거 알테고

    자리에 앉자마자 물수건 주기도 전에 맥주 시키고 벌컥벌컥
    하고 나서 닭꼬치 시킴 ㅋㅋ

    근데 진짜 맛있더라
    술집에서 파는 안주 같은데 맛있어서 거의 식사하듯 먹음

    그리고 놀랍게도 맥주 1잔에 700ml인가 하는데
    저거랑 레몬사와랑 꼬치 한 4번 먹고
    비건이니까 양배추도 먹고 했는데
    3만원이 안나옴 ㄷㄷㄷ

    한국에서는 여의도에서 2명이 점심 먹어도 3만원 금방 넘는데

     

    아무튼 이날 현타를 좀 깊게 느꼈음

    아무리 상냥한 스시녀가 어쩌고 해도
    결국 걔들도 여자인데 내가 잘생긴게 아니면
    나한테 이성적 매력을 느낄수 없을테고

    게다가 난 내 매력이 아가리에서 나오는 지성과 성격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상황에서 일본어를 못하는건
    그냥 C급 도태남이 헌팅하려는 꼴이잖슴

    그래서 니혼진데스까? 한국어 잘하시네요? 한잔 더 하실래요? 이런건 생략했고

    결국 술마시면서 처음 주제였던
    10년뒤에 일본에서 살까에 대해 고민해봤음

     

    먼저 유학으로 오는건 글쎄 의미가 없을것 같음
    얍삽한 전략으로 30학번 꼬시겠다 이런건 의미가 있겠지만
    그럴거면 한국에서 학부를 가는게 더 빠르지 않나...
    입시제도도 나한테 더 맞고

    난 대학의 전과정을 영어로 받았음
    퀴즈나 시험은 물론이고 공지나 안내까지 전부 영어였다보니
    고생을 꽤나 많이 했지만 다행히 영어를 좀 잘하는것 같음 ㅋㅋ

    어느날 사회와 문화 과목에서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있는데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소통하면
    전달하면서 30% 손실되고 받아들이면서 30%가 또 손실된다는거임

    정확한 수치는 아니겠지만 나는 내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절반도 못펼쳐내고
    상대는 내가 하려는 말의 절반도 못알아듣는데
    급하면 한국어 써서 어케든 진행할 수 있지만
    일본이라면 그런 찬스는 불가능한거임

    게다가 전문용어도 많을테고
    하필 내가 할줄 아는게 투자랑 과학인데
    까딱 잘못하면 역주행하는 투자라는 분야와
    아다르고 어다른 교육의 컨텐츠나 코스를 만들겠다는건
    너무 무리가 아니었나

     

    회사를 일본에서 다니려면?
    일본에도 천재들이 많을텐데 
    걔들과 비벼서 내가 이기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일상은?
    히라가나 가타카나는 어떻게 한다고 하더라도
    한자(간지)는 불가능하다고 판단을 내린 상태인데

    차라리 영어권으로 가는게 맞다

     

    그러다보니 내가 굳이 영어권으로 가서 이루고 싶은게
    나의 커리어인가 여자만나는건가 돈을 버는건가

    이런 생각이 들어서 1차 좌절

     

    그리고 단기적으로 그럼 내가 무엇을 해야할까 고민을 했더니
    학교나 회사를 옮기는 수준의 고급 일본어는
    몇년이 아닐 수도 있으니 가성비가 구리고

    내가 자신있는 돈을 다루는것도
    물론 이악물고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겠지만
    연에 얼마를 벌겠다 라는 명확한 목표가 딱히 없고
    새로 투자에 대해 글을 써보려는 것도 1~2년 안에 되는게 아니고

    그러다보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건 지금까지 하던걸
    좀 더 적극적으로 열심히 한다는거임

     

    그런데 여기서 날마다 조금씩 진전은 있겠지만
    어제와 오늘의 성과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면
    내일도 오늘과 크게 다르지 않을테고

    그렇다면 한 10년뒤에는
    책한권 정도 더 나오고 돈은 좀 더 모여있을테고
    연애나 결혼이나 커리어나 무엇이든 크게 바뀐게 없을거라는
    쳇바퀴를 하루하루 더 힘차게 굴리는 인생이라는 결론이 나와서
    2차로 좌절함

     

    그렇다면 난 이 쳇바퀴를 벗어나기 위해서
    유명해져야하는가
    국내에서 헌팅을 해봐야하는가
    사업을 다시 해봐야하는가

    뭐가 떠오르지 않는거임

     

    그게 나쁜건 아닐수도 있음. 오히려 멋진거지

    혹은 연애하고 결혼해서 애 키우는것도
    저 쳇바퀴의 연속일 수 있고
    난 아직 가보지 않아서 모르는 일임

     

    아무튼 그래서 결론적으로
    난 지금 하는 것들을 계속해야하고
    아마 변하는건 없을테고
    난 이 사실을 외면하고 있었으나 피할수 없다

    술 많이 먹었는데
    이 결론이 나오니까 정신이 또렷해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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