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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관을 쓰려는자, 그 무게를 견뎌라 - 주식매매썰 (2)
    자본주의 대나무숲 - 1 2020. 7. 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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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 입문

    처음에는 하는 말들이 다 다르다. 사기다vs 아니다. 우량주만 vs 급등주/테마주만, 분할 vs 몰빵, 장기 가치투자 vs 단기 시세투자, 매매먼저 vs 공부먼저, 수익률 vs 수익금 등. 정치색이나 종교, 업종을 불문하고 주식이야기를 꺼내면 다들 불같이 신나서 목소리 내기 바쁘다. 계좌를 공개하라고 하면 목소리가 작아진다. 가치투자 자 김씨는 주담이랑 서로 생일 챙겨주고, 급등주 트레이더는 매일 -20% 찍혀있다. 수익률을 중요시하는 친구는 2만 원 벌고 10만 원 손실 본다. 결국 승자는 주식 같은걸 하지 않는 나인 것 같다.

     장이 언제 열리는지도 모르고, 그냥 지나가다가 회사 이름이 보이면 사기도 한다. 안 망했으니까 영업하고 있겠지... 어쩌다 수익도 보고 손실도 본다. 그러다가 주식 책이나 유튜브, 블로그, 증권사 보고서, 고수들 리딩 따위를 따라가면서 입문한다. 실수도 많이 하지만 대부분은 수익을 보고 나온다. 절대 기법이나 검색식이라면 100만 원 200만 원도 속아 넘어가준다. 나도 기법하나 있는데 궁금하시면 100만 원에 팔겠습니다. 입금부터... 헉!ㅋㅋ아닙니닷ㅋㅋ

    나는 이 단계가 생각보다 짧았다. 마침 첫 직장을 그만둔 질풍노도의 시기였고, 돈에 대한 증오와 설움이 가득했던 때였다. 당시 퇴직금을 포함해 어디 방을 얻어도 굶지는 않을 만한 자금이 700만 원정도 있었고, 암호화폐 시장의 격동기여서 빗썸을 연습실로, 업비트를 연구실로 삼았다.

    주식은 하루 8시간, 특히 그중 오전 30분 내로 메인 매치는 대부분 종료된다. 100시간의 경험을 쌓으려면 약 1년 정도의 경험이 필요하다. (30분씩, 152) 그러나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2달이면 충분했다. 당시 빗썸은 차트를 엑셀 차트 수준으로 제공했는데 나는 이때 운 좋게도 눈에 익은 특정 가격(지지/저항), 광기가 몰리는 자리(VI), 매수세와 매도세 (호가 스캘핑) 스킬을 나도 모르는 사이 익혔다. 내 인생 첫 트레이딩은 비트코인을 860만원에 500만원을 그대로 시장가로 몰빵 매수했다가 855만원에 몰빵 손절한 손절매였다. 뭔지도 모르고 했었다.

    3-1. 초심자

    저마다 기법도 다양하다. 볼린저 밴드 하단이~ 외국인의 수급이~ 호가에서 매수세가 흔들리고~ MACDRSI가 과매도를 가리키고 단기 이평과 장기 이평의 골든크로스가 어쩌고저쩌고...

    심지어 공부도 엄청 많이 한다. 마켓이 21년에 3조 달러인데 그중에 10% 점유율이~ 스팀팩 임상 2상이 진행 중인데 옥스퍼드의 다리우스 교수가~ 연매출이 2,000억짜리 기업의 설비투자가~ 어느 회사의 부동산 가치가~ 정부 정책이~ 니미럴 그렇게 잘 알면 왜 난 수익이... 사실 모두 맞는 말이다. 다만, 언제나 너무 비싸게 사는게 문제다.

    일단 시작한다. 모의계좌에 1,000만원을 세팅해보고 매매를 해보는데 생각보다 쉽다. 아 실계좌로 할걸... 에라 모르겠다.

    나도 암호화폐에서 초기 자본금을 500만원에서 1,000만원까지 불렸다. 내 실력이 절대 아닌걸 안다. 개뽀록 맞음. 그래도 물려도 대장주에 물려야한다는 나름의 팁과, 주변에 귀신같은 상위 0.1% 인간지표들을 확보했고, 호재가 기대되는 작은 알트코인 달력매매, 호재의 악재화, 악재의 호재화, 김치프리미엄으로 나타나는 가격 괴리감 (환율/환차익) 등 개념과 스킬을 터득했다.

    어느날 눈에 다래끼가 나서 안과에 갔다. 그런데 어느 어르신이 턱을 들고 안경 밑으로 비트코인 차트 보는 것을 보고 화들짝 놀라서 다 팔았다. 놀랍게도 181월 역사적 고점이었다.

     

    3-2. 기본기

    몇 달 정도 공부했더니 감을 잡은 것 같다. 계좌도 안정적으로 불어난다. 간간이 손절이 나가도 금방 메울 수 있다. 이때 차트를 신봉하게 된다. 그러다가 내가 파니까 급등하네, 내가 손절하니까 반등나오네 하면서 왜 그럴지 무던히 공부한다. 형님들 나도 좀 같이 먹자. 이때는 내가 매매했던 내용도 녹화해서 복기한다. 고수들의 매매일지를 보면서 타점도 보고 왜 여기서 들어갔지? 어떻게 이 자리에서 수익이 나왔지 등을 연구하다보니 나도 고수가 된 것 같다. 이런 장에 돈 못 벌고 있는 흑우 없제? 가즈아! 외치며 주변 지인들에게 주식을 하라고 권한다. 요즘에는 초등학생들도 주식 유튜버 하더라. 그런데 걔들이 나보다 잘 벌어...

    그러다 한 번씩 하락을 맞는다. 꾸준히 쌓아올린 수익이 한 순간에 무너지면 뉴스를 쳐다본다. 환율이 1,200원을 넘고 전문가들이 경고한다. toRlemfdk 내 계좌는 이미 털렸는데 위험이래... 평소에 관심도 없던 미국 FOMC가 왜 금리를 안 내렸는지 원망스럽다. 버티고 버티다 원금에 기스나는 큰 손절이 나온다.

    하락장에는 깝치지 말자! 우리 빌런! 힘내! 할 수 있서! 이전에는 잘 했어! 더 떨어지는걸 보니 역시 내가 옳았나봐. 시간이 지나고 우연히 그 종목을 꺼내보면 내 손절 이후에도 조금 비실비실하다가 결국 수익구간을 충분히 준다. 아 담력테스트를 통과 못했네. 역시 처음 판단이 맞았어. 세력형님들 두고 보자 다음에는 존버한. 주식은 원래 사기였구나. 다른 친구들은 잘 지내고 있나. 대충 머리가 아늑해지고 왜했나 싶기도 하고 괜히 바깥 하늘이 맑은것도 짜증난다.

     나도 암호화폐 트레이딩으로 벌은 쌈짓돈으로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다. 181월이었는데 당시 코스피 2600, 코스닥 930이었다. 급등코인에 익숙한 나는 당연히 급등주, 테마주에 화끈한 몰빵 매매를 하다가 500만원을 그대로 토해냈다. 생각보다 엄청 빨리 녹았다. 게다가 암호화폐 거래는 세금이 없었는데 주식은 거래세가 0.3% 였다. 순식간이었다. 이거면 컴퓨터도 바꾸고 유럽여행이라도 다녀올 수 있는 돈이었는데.

    이 기간이 6달 정도 되었다. 주식에 미쳐서 오전 6시에 일어나서 미국, 유럽시장을 살펴보고 8시에 아침을 먹고 9시부터 매매를 하다가 낮잠을 잠깐 자고, 장마감에 잠깐 쉬고 유럽시장을 확인하면서 시간외 매매를 마치고 당일 매매 복기. 11시 미국 장 시작을 확인하며 수면. 수험생보다 더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하락과 상승을 맞으며 경험치는 쌓았는데 문제는 돈을 못 벌었다.

    짤은 한참 털릴때 물려서 미수동결 당하고 받은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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