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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관을 쓰려는자, 그 무게를 견뎌라 - 주식하는 사람 놀리지 말거라
    자본주의 대나무숲 - 1 2020. 7. 4.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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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주식하는 사람 놀리지 말거라!

    주식이야기를 하려면 끝이 없다. 1년 내내 떠들어도 부족하고 책으로도 3권은 넘게 써도 부족함 ㄹㅇ.

    마지막으로 부탁드릴 것은 제발 주가가 떨어진다고 주식하는 사람들을 놀리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이 부분은 3월 중순에 작성하고 있는데 모두가 쓸려나가고 사고 소식도 몇 번 들었다.

    증시 하락은 참여자들만 농담거리로 쓸 수 있다. 알았냐? 마치 군생활 같다. 당시에는 ㅈ같고 온갖 감정이 요동쳤는데 돌아보면 별거 아닌 쓰레기 같은 기억들. 제대한 친구 말고 휴가 나온 친구한테 나 때는 벌레를 먹었네 슬리퍼로 맞았네 어쩌네 농담하면 정이 안간다. 

    주식을 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숫자는 돈이 아니라 자존심이라고. 이상하게도 내 주변 고수들은 착해 빠져서 좋은건 나눠먹는다. 상승에는 다 같이 먹고 심지어 손실은 책임져주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대폭락장에서 몇천 ~ 억이 깨지면 돈도 돈이지만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많이 난다. 그러니까 주식 같은걸 왜하냐, 그거 봐라 내가 주식하면 망한다고 하지 않았느냐, 축하한다. 교육비 잘 냈네, 살다보면 딸 때도 있고 잃을 때도 있는거야., 남자새끼가 겨우 몇 천 갖고 그러냐’, '그렇게 돈 쓸거면 나 주지', '그 정도면 주식 못하는거 아님?' 모두 실제로 들어본 말이다.

    프로 선수가 경기에서 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프로게이머가 방송에서 혼자 게임할 때는 질때도 있고 이길때도 있다. 뉴메타 실험도 해보고 트럴게임도 한다. 그럴때는 질수도 있지 시전이 가능하다. 그런데 결승전에서 패배하고 눈물 뚝뚝 흘리는데 1시간짜리 전자오락 진다고 질질짜냐 찐따새꺄? 글쎄요. 그건 니 인성이 박살아닐까용 ㅎㅎ

    나도 예능매매 할 때는 몰빵도 하고 50% 손절도 한다. 감사보고서가 나오지 않은 종목을 1주 사보기도 하고 매수한지 3일 만에 거래정지를 당하고 카톡으로 돌려보면서 킬킬대봤다. 그런데 승부 종목에서 큰 손절이 나오거나 매매가 꼬여서 수익이 쪼그라들거나 그럴 때. 하루에 1,000만원 손절할 때도 있는거지 임마! 하면 나와 다시 연락하기 쉽지 않을걸.

    게임에서 패배한 선수를 위로할 자격은 우승한 상대팀이나, 이미 쓴맛을 본 코치, 감독, 선배, 가족 밖에 없다. 누구든 손실은 자기만 안주거리 삼을 수 있는 법이다.

     

    6. 하락장 매매팁

    312, 모든 금융자산이 폭락했다. 하락의 징조는 있었다만 이 정도로 심하게 빠질 줄은 몰랐다. 주변에 내노라하는 고수들도 몇천만 원씩 손실이 났고 심지어 인버스에 베팅했던 사람들도 인버스에 물리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나도 지난해 벌어놓은 돈을 다 토해내고 모자라 몇 달치 월급을 더 토해냈다. 사실 앞서 말한 것처럼 300 ~ 500만 원 정도야 손절해도 무덤덤했다. 어차피 금방 또 벌 수 있으니까. 내 멘탈이 산산조각난 날은 312일이다. 8,000원짜리 ETF7,500원에 샀다가 7,000원에 팔고, 6,500원에 다시 잡고, 6,000원에 팔면서 5,000원까지 내려왔다. 5,000원에서는 물려도 하방은 -10%이고 상방은 +40% 가 가능하다며 붙잡고 있었는데 계좌에 평가손익과 실현손익이 각각 -1,000만원이 찍힌채로 장이 마감했다. 그러니까 난 하루만에 1,000만원을 손절하고 1,000만원을 더 물렸다. 그것도 ETF로. 

    씩씩대면서 해외 뉴스나 보고 있는데 갑자기 내 비트코인이 없어졌다. 재미로 하던 비트코인은 마진으로 4배까지 시원시원하게 불려나갔고 한 순간에 청산 당했다. 전문용어로 퇴학당했다.

     아무도 인정한 적은 없지만 마켓에서 비트코인은 금, , 국채, 엔화 같은 일종의 안전자산 취급 받아왔다. 주가가 퍽퍽 떨어지길래 나름의 헷징으로 8,000달러에 상방베팅을 해놨는데 2시간 만에 4,000달러에 다녀왔다. 말 그대로 2시간 만에 반토막이 난 것이다. 난 그때는 금융이라는 시스템을 의심했다. 비트코인이 안전자산이라는건 순전히 내 판단이었지만 당시 금과 채권을 포함한 모든 금융자산이 급락했다.

    돌아보니 패닉셀이라는 단어로 납득 할 수 있던 현상이었지만 당시에는 지난 3년간 나를 지켜준 금융 시스템이 망가져버렸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나는 더 이상 이 시스템을 신뢰할 수 없고, 지난 3년간 공부해온 것들이 사막의 신기루 같았다. 진짜로 내가 애지중지 3년간 키워온 캐릭터가 서버째로 삭제된 것 같았다.

    후의 누군가의 설명을 공유하자면 당시 우한 폐렴 확산 예방 차원에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글로벌하게 물류와 사람의 이동을 차단했다. 그에 따라 그림자 금융을 활용하는 일부 조직이 더 이상 경제활동을 할 수 없게 되자 현금화 하는 과정중에 폭락이 나온 것이 아닐까 라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비트코인을 돈으로 쓰던 마약상들이 실물 마약을 사고 팔수 없게 되니까 비트코인을 팔아서 가격이 폭락했다는 설명이다.

    몰라 씨1qkf 내 500만원짜리 포지션 청산당했는데 알아서 뭐해. 짜르고 밑에서 더 사고 위에서 다시 자르고 별 지랄을 다 했는데 결국 청산당함.

    누구나 아는데 나만 몰랐던 팁

    1. 패닉셀에는 증시뿐만 아니라 채권, 금 등 모든 금융자산의 가격이 떨어진다.
    2. 사이드카/서킷브레이커 같은 증시 방어 시스템은 한번만 오지 않는다.
    3. 바닥에서 반등은 올라탈 기회를 주지 않는다.

    아는 사람은 알아들을 매매 팁

    1. 서킷브레이커는 지수의 VI .
    2. 급락장에도 모두가 같은 종목을 사고 파는데 대부분 ETF .
    3. 당연한 이야기지만 하락장에서는 종가가 시가보다 싸다. 장중에 사고 팔지 말자.

    만약 내가 복싱 선수라서 상대가 파퀴아오나 메이웨더급 월드클래스로 잡히면 둘중 하나다. 아에 시합이 성사되기 전에 꼬리내리고 튀던가(일찍 손절하던가) 이때 아니면 언제 맞아보겠나 하면서 올라가서 개쳐맞으면서 수업료로 내던가

    난 지금 맞아봐야 다음에 실력 비슷한 상대랑 할 때(다음 하락장) 더 편하게 할 수 있고 유리천장을 부수고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해서 눈탱이 터질 각오하고 덤볐다. 내가 만약 결혼을 앞둔 30대나 가정이 있는 40대라면 게임을 시작도 전에 포기했을 것이다.

    10년 뒤 다음 금융위기에 다 초기화 되고 모두가 동일한 출발선 상에 섰을 때는, 지금 두드려 맞고 멘탈이 깨졌을 때도 습관적으로 HTS를 켜고 미국 시장을 지켜본 내가 가장 빠르게 치고 나갈 수 있을거다. 두고봐라. 그때 니가 손실보면 나도 위로해줄게. 넌 어떻게 지난 하락장에 수익 보고 나왔으면서 이번 하락장에는 개털리고 있냐고 힘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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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은 예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