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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고 싶은게 있다면, 체력을 먼저 길러라생각 모음/그냥 떠오르는 생각 2021. 8. 8. 23:08728x90
건방진 생각이었다.
정신력이 부족한건 돈이 부족한거라고. 돈이 있으면 건강도 살 수 있고 휴식도 살 수 있고 체력도 살 수 있다고.
7월 말쯤부터 상당히 예민해졌다. 술을 개가 되도록 먹고 회사 화장실에서 잠들었다가도 아침 5시 반이면 귀신같이 일어나서 지각 한 번 안했다.
투자를 하다가 며칠동안 하루에 몇백만원씩 몇달치 월급을 잃어도 툭툭 털고 다음날 천천히 복구 할 수 있었다. 일반인들보다야 물론이고 훈련된 사람들보다 집중력과 정신력, 침착함이 뛰어나다고 자만했다.
체력이 바닥났다. 평일에는 노량진 아지트에 모이는 인원들과 물리적 정신적 일을 끌고갔고 주말에는 대전의 팀원들이 올라오는 일정에 맞춰 최소 한 달을 쉼없이 달렸다.
나는 휴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 졸릴때 책을 읽으면 같은줄만 계속 읽게 될테니 차라리 그냥 누워 자다가 일어나서 다시 책을 읽는다.
알 사람들은 알지만 건강도 좋지 않다. 내가 인지할 수 있는 건강 경고등이 뜨면 즉시 모든 additional 한 행위를 멈추고 쉰다. 여자 약속이든 어른 약속이든 쉰다.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있거나 누워 자거나, 사우나를 가거나 인터넷으로 만화를 보거나 서점에서 책을 보는것 무엇이 되었든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쉰다.
그런데 요즘은 잘 쉬지 못한다.
회사 다닐때 대충 이정도면 되겠지 했던 것 들을 끝까지 밀고 나가서 완성해야만한다.
아이템을 개발했으면 이걸 누구에게 팔 것인지. 수익은 얼마가 남을지, 그 사람들이 주변 사람에게 추천해줄지, 법에 저촉되는 내용은 없을지, 확장이나 외부 공격으로 부터 방어는 어떻게 할지.
더 디테일하게 사이즈는 가방에 들어갈지, 글자가 너무 작지는 않을지, 혹시 어떠한 방향에서든 위험하지는 않을지.
그 전에 팔수는 있을지, 완성은 할 수 있을지.
생각이 밑도 끝도 없다. 세금이나 사업자 등록, 지분관계와 투자유치, 총알과 캐쉬 번레이트를 고려하면,
- 솔직히 말해서 아무리 주식과 코인으로 월급 번다고 깝쳐봐야 한계는 1년짜리 스프린트 밖에 안될 각이다.-
자다가도 벌떡 벌떡 깬다. 회사 다닐때라면 아이 싯팔 하면서 다시 누웠겠지만 지금은 꾸역꾸역 컴퓨터를 켜고 찾아보거나 최소 메모는 남긴다. 정 안되면, 핸드폰으로라도 메모를 남긴다.
최근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한 2주 되었다.
사무실에서 함팀장 집까지 거리 1.3키로를 같이 떠들면서 걸어오고 거기서부터 내 자취방까지 1키로를 달린다.
속도가 느려져도 걷지는 않고 언덕에서 숨이 막혀 켁켁 거려도 비만 안오면 뛴다.
집에서 어떤 자료를 찾다가 우연히 국과수 시절 경찰에 지원했던 응시원서를 발견했다. 지금보다 5년전이지만 50미터 스프린트가 12초, 1000미터 달리기가 4분 12초였다. 지금은 900미터가 6분이 넘는다.
하루종일 부검실에 있고도 밤에 의전원을 준비할 수 있던 체력은 돈이 아니라 달리기에서 나왔던것이다.
더 나이먹고 더 고된일을 하는 악조건에서 더 멋진 퍼포먼스를 보이려면 정신력이 아닌 체력이 필요하겠지.
휴식도 필요한건 맞지만 지금 나에게 필요한건
휴식이 부족하다는 알량한 합리화가 아니라, 체력통을 늘리는 액션이다.
"니가 이루고 싶은게 있다면 체력을 먼저 길러라
니가 종종 후반에 무너지는 이유.
데미지를 입은 후에 회복이 더딘이유.
실수한 후 복구가 더딘이유.
다 체력의 한계 때문이야.
체력이 약하면 빨리 편안함을 찾게 되고
그러면 인내심이 떨어지고
그리고 그 피로감을 견디지 못하면
승부 따위는 상관없는 지경에 이르지
이기고 싶다면
니 고민을 충분히 견뎌줄 몸을 만들어
정신력도 체력의 보호 없이는 구호밖에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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