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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 지나고 깨달은 과학고 자부심생각 모음/그냥 떠오르는 생각 2020. 7. 12. 23:56728x90
학벌이 전부는 아님. 나도 서울대 카이스트 포스텍 못갔으면 과고 부심 부리면 안된다고 생각했었음. 그래서 한편으로는 나한테 과학고 부심은 몰락한 양반의 족보 같은 일종의 상처였음. 그래서 졸업 한 5년 차 까지는 부심 못부렸음. 중등부때는 올림피아드고 영재원이고 다 박살내면서 나름 날아다녔는데 고등학교 첫 입학고사에서 물리 14점 받음 ㅋㅋ 100점만점에...
과고에는 전국이 아니라 세계 수준의 올림피아드 수재들이 있음. 전세계에서 수학 1, 2, 3등으로 잘하는 애들이랑 같은 수업 듣는다는 자부심? 그 결과 난 과학고에서 수포자 됨. 1학년때 수학1에서 163명중 163등 함.
과고에서 잘했으면 서울대 갔지 유니스트 안갔다는 농담있잖슴. 딱 그거였음. 나한테 과고는 불명예제대 같은 느낌이어서 좀 피했는데 이제는 자부심 느낌. 물론 벌써 미국 헤지펀더, 삼성, 하닉, 5급 공무원, 의사, 변호사, 변리사, 사업가 인생 초패스트 테크 타는 멋진 친구들에 대한 자부심도 있지만 나는 과고에서 '관찰력', '생각하는 힘', '질문하는 것'을 배움.
어려운 말 쓰는거 싫어하는데 한마디로 하면 메타인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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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때는 엄청 존경하는 사람이나 롤모델, 마음속 히어로를 만날 기회가 꽤 있음. 학생이라고 하면 대단하고 만나기 힘들고 귀한 사람들도 왠만하면 다 시간을 내 주고 밥도 사줌. 더 어른이 되면 안됨.
가령 어떤 사업가가 워렌 버핏이랑 점심먹으려면 40억인데 학생이 저랑도 점심먹어주세요 하면 네 교통카드만 들고와요 한다는 말임.
그런데 이때 아주 귀한 시간이잖슴? 헤헤 감사합니다. 셀카 찍어서 인스타에 올려도 되나요? 이런거 말고 아주 알찬 질문을 해야한다는 말임.
기껏 워렌 버핏 만나놓고 델타항공 사요? 기법 같은거 있나요? 이딴 개씹소리 말고 제 계좌가 제자리 걸음 합니다. 엄마가 주식할 돈으로 적금, 계모임하는데 어떻게 설득해야하나요. 이런거를 물어보는게 낫지 않겠음?
UFC선수를 만나도 맷집이 어떻게 그렇게 좋아요. 스피드는 어떻게 기르죠 같은거 말고, 은퇴해야겠다는 생각은 언제했나요. 내가 도저히 못이기는 상대라는걸 직감하고 항복했을때 다음 링에 어떻게 올라갔나요. 한대 맞아주고 카운터나 치명상을 날려야겠다고 판단하는 능력은 어떻게 훈련하셨나요 이런걸 물어봐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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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질문의 퀄리티는 끝없는 생각이랑 시행착오, 실패에서 비롯됨.
혼자 몇날 몇일을 끙끙대고 물리력이나 자본력, 시간으로도 해결해보고 아 시1발 ㅈ같네 하고 다 집어던졌다가도 주섬주섬 챙겨서 다시 자리에 앉았던 그 의문을 히어로에게 던져야함.
쳐맞을대로 쳐맞고 만신창이가 되어도 또 일어나서 던져야함. 아님 대충 그저 그런 놈중 한 놈으로 살거나.
그러면 아마 그 사람도 해결 못했을 거고, 그 당시에 어려움을 헤쳐나간 경험을 풀어줄거임. 간단하게 해결되면 내가 그만큼 생각을 안했거나, 너무 몰두한거라 휴식이 필요하다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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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기회가 있으면 남 주지말고 내가 날려버리자는 극한의 이기주의자라서 정말 내 마음속 히어로, 존경하는 인물을 어거지로 만날 기회가 많았음. 학생인척.
그런데 놀랍게도 대부분의 미스테리는 만나러 가는 길이나 처음 보는 순간 내가 갖고 있던 의문이 모두 풀려버리는거임. 그래서 병신 같은 질문을 많이 하고 한심하게 굴면 내 히어로들은 귀신같이 그걸 눈치챔ㅋㅋ 혹시 오시는길에 의문이 해결된건 아니죠?
내 마음속의 히어로들은 여전히 범접할 수 없는 히어로이고 난 여전히 ㅈ밥인데 대가리가 덜깨진건지 굳이 막 한번만 만나주십쇼. 도와주십쇼. 할 그런건 없는것 같음. 오히려 그때 감사했습니다. 조금만 더 지켜봐주십쇼. 다음에 더 멋진 모습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라는 말을 자주 꺼내게 되더라고.
그럴때 한 번씩 과학고 자부심 뿜뿜함.
누군가는 과학고의 간판이나 조기졸업, 네트워크, 스펙에서 부심을 부리겠지만 난 과학고에서 배운 메타인지에서 자부심 생겼음.
졸업하고 10년이 지나고나서 과고부심 부리는 딱틀이다 이거야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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