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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고생의 금융노트 - 15. 부록 : 이해가 안되면 외우지도 마
    과학고생의 금융노트 2024. 2. 20.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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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11. 부록 : 이해가 안되면 외우지도 마

    당연한걸 당연하게 설명하던 철학적, 과학적 접근이야. 경제는 AB이다 라는 정답이 있는 학문이 아니라 사람들이 어떠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더라를 이론으로 모아낸 학문이잖아. 그래서 우리가 해왔던 내용들을 관찰하니 당연한 사실을 당연하게 해석 한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관찰한 내용들이 지역이나 국가, 문화에 따라서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했지.

    나도 이 책에서 구체적으로 매몰비용, 필립스곡선, 샤프비율, 비교우위, 독점과 경쟁과 과점, 경제통계, GDP, 기업의 재무 같은 어려운 내용을 직접 다룰 수는 없었지만 몇가지 당연한 로직들을 이해하고 있으면 받아들일 수 있을거야.

    그런데 한편으로 나는 청소년 금융 교육에 대해서는 절대 반대하는 편이야. 우리만 알자, 사다리 걷어차기가 아니야.

    먼저 적어도 아직까지 내가 찾아본 진짜 금융 교육 컨텐츠는 없어. 나름 유료/무료 경제, 금융, 재테크, 투자, 이론, 실전, 응용, 스킬 별걸 다 봤어. 그런데 있잖아. 다 병$신이야.

    원리를 본질적으로 고민도 하지 않고 그냥 낡은 이론들 갖다 쓰는건 물론이고. 용어와 활용도 정의 못해. 금융 교육이라면서 경제인지 재테크인지, 투자인지, 자산관리인지 구분도 못하고 수요와 공급을 그래프로 외우라고 하더라고. 그러면 그 아이들이 금융에 대해 흥미를 느낄까 진절머리를 느낄까.

    이게 치명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해.

    우리 대표적인 금융교육, 미국에서 시작한 레모네이드 장사하는거. 그거 절대 하지 말아야한다고 생각해.

    처음에는 신나겠지. 직접 돈 벌어보고 고생해보고 돈의 소중함을 배운다. 정도면 충분해.

    솔직히 까놓고 이야기해보자. 우리 그 레모네이드가 진심으로 그 가격이 맞다고 생각해서 내 돈이랑 바꾸는거야? 동네 카페만 가도 그것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는데 애기들 응원하는 마음에 팔아주는거잖아.

    그런데 내새끼가 나중에 공부하다가 아빠 나 대학 안갈래. 몇년전에 레모네이드 팔면서 돈 벌어봤는데 나 그걸로 먹고 살 수 있을것 같아. 그런 생각이 들면 권할 수 있어?

    과연 그 아이가 아침 일찍 일어나서 경쟁력 있는 원료를 조달하고, 5000원에 팔아서 재료비 빼니까 1000원 남았는데 2명이서 했으니 1인당 500원 떨어지는 계산이나, 세금, 임대료, 전기 요금 같은 부대비용 이슈.

    건너편에서 나보다 500원 싸게 파는 경쟁사, 노동법과 식품위생법, 그리고 리뷰나 진상, 알바에 대한 대응, 이걸로 평생 먹고 살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과연 해봤을까? 딱 한번은 오케이. 차라리 알바를 하라고 해.

    의도가 좋았으니 괜찮다 라는 생각이라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지옥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선의로 가득 차 있더라.

    우리 중요한 시험 준비할때도 시간 일부러 더 하드하게 연습하잖아. 2시간 시험이면 마킹이나 실제 시험 긴장감 고려해서 일부러 모의고사는 1시간 40분 컷으로 준비하거나.

    비슷하게 인생게임 난이도는 불지옥인데 튜토리얼 모드만 하고 본게임 시작하면 그 갭차이 감당할 수 있을까?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오히려 잘못된 금융교육을 원망할걸. 인생 이렇게 힘든거였네. 엄마 아빠 사랑하고요 이 고생하셔서 키워주신거 고맙습니다... 그런데 부모님 당신들이 틀렸어.

     

    우리도 마찬가지야. 미국 주식에 투자하면 된다, 지수 상품 사면 된다 라고 배웠지만 왜 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잖아. 우상향이니까? 그러니까 왜 우상향인데. 난 인플레이션과 시뇨리지, 페트로달러까지 꺼내면서 지속적인 화폐의 가치 하락으로 실물이 가격을 맞추기 위해 우상향 한다고 설명한거 단 한번도 본적 없어.

    재밌는 이야기 하나 해줄게. 워렌 버핏이 미국 인덱스 펀드 사라고 유언 남겼다고 하잖아. 그런데 이것도 자세하게 따져보면 복잡한 논리가 몇단계 있어. 나스닥은 신이다 이런 농담 말고.

    미국의 달러는 있잖아, 전세계에서 석유 (오일)을 결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야. 대한민국도 오일을 사려면 달러로 지불해야하고, 일본도, 독일도 마찬가지야. 그러면 일단 전세계적으로 달러를 보유해야겠지?

    그런데 왜 하필 달러야? 1975년 미국이 사우디에게 왕권을 무력으로 보장해줄 테니 그렇게 해달라고 했어. 그러면 이 오일 결제 독점이 깨지려면 미국보다 강하거나, 사우디보다 석유가 많거나. 아무튼 그러다 보니 중국, 러시아 등 미국과 사이가 좋지 않은 국가들도 달러를 필요로 해.

    그런데 달러는 미국 중앙은행이 쉬지 않고 계속 찍어내잖아. 미쳤어. 그러면 전세계에 달러가 많아지겠지? 세상에 사과 100개랑 1달러 지폐가 100개씩 있으면 그냥 11달러에 사면 되지만 사과는 100개 그대로 있으면서 지폐가 200개가 되면 사과 1개에 1달러 지폐 2장을 줘야하잖아.

    인플레이션이라는 현상 기억나지? 그러니까 엄밀히 말하면 오일이 보장하는 달러를 찍어내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쫒아가기 위해, 미국 인덱스 펀드를 사라는 뜻이야.

    그런데 생각해보니 달러 지폐 만드는 비용은 비싸봐야 10원 일거 아니야. 그러면 중앙은행은 돈을 더 찍어낼 비용을 벌어놨으니 그만큼 여유롭게 시장에 돈을 더 풀 수도 있고.

    금이 아니라 오일이 보장하는 돈과, 인플레이션에 화폐 주조차익까지? 천조국이 천조국인 이유가 여기있었네.

    그러니까 미국 주식을 사야하는거고, 개별주가 아닌 미국 증시에 통째로 투자하는게 우상향 하는 인덱스를 산다는 뜻이야.

    위 이야기에서 나올 이야기들 다 나왔어.

    페트로 달러 (달러와 오일의 독점적 결제), 시뇨리지 (재료비 100원 들여서 1300원짜리 달러 지폐 만들기), 수요와 공급 (사과100개와 1달러 100), 인플레이션 (화폐 가치하락으로 인한 물건의 가격 상승), 유동성과 주가 상승 (화폐가 많아져서 가치를 보장하기 위해 주가가 오르는 것)

    스위프트 결제 시스템이나 물가가 올라서 실적이 좋아지고 주가가 오른건지, 화폐 가치가 떨어져서 키맞추기 하려고 주가가 오른건지에 대한 구분 등 이론적인 깊은 내용과, 인덱스 펀드나 증시, 우상향이라는 기초 단어도 설명은 생략했지만 이정도는 책이 아니라 블로그를 뒤져봐도 누구나 설명해.

    그런데 있잖아. 만약 북한이 엄청 강력한 슈퍼 핵무기를 개발했어. 그리고 이제부터 오일은 북한원으로만 결제해야하고, 그렇지 않으면 린민의 불꽃으로 벌 받을거라 핵무기 들고 전세계를 협박한다면?

    국제 정세도 관찰해야 하겠지만 시뇨리지를 이해했으면 우리는 그때부터 미국 인덱스 펀드가 아니라 당장 북한 주식이나, 북한 주식이 없으면 북한 부동산이라도 사야해.

    아니면 갑자기 캐나다에서 사우디를 꺾을 석유가 왕창 발견되거나, 소말리아에서 우주 왕복선을 쐈는데 인피니트 스톤을 주워왔다거나, 석유가 아니라 반도체가 미래에 대체 불가한 자원이 되어버린다면? 사우디가 갑자기 눈돌아가서 왕권 필요 없어. 평화 좋아! 좋아! 좋아! 한다면?

    그때도 이해를 못하고 생각 안해본 사람들은 아 몰라 버핏이 미국 인덱스 사라고 했어 하면서 50만원짜리 SPY, VOO 사라는 강의 듣고 적립식으로 매수하겠지.

    실제로도 중국은 끝없이 페트로 위안을 시도 중이야.

    증거 있냐고? 있지. IMF 직후 고도 성장기에는 적금 금리가 20% ~ 30%였어. 이때는 내가 증권사 출신이어도 적금이 상식이지. 주식을 누가 하겠니. 주식으로 연 20% 내기 얼마나 어려울텐데 그 고생해서 20% 내도 적금이 이겼어.

    다만, 아마 우리 죽을때까지는 미국 지수에 투자해라라는 말이 모범답안은 되겠지. 설마 미국이 망하겠어?

    참고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이 만든 LTCM이라는 회사는 러시아의 모라토리움, 배째세요 당하면서 회사가 박살났습니다.

    그래서 내 결론은 이거야. 공부말고 생각을 잘 좀 해보자.

    힘들겠지만 이론 공식 암기 예제 적용 말고 탐구를 하고 생각을 하자. 금융은 잘못 배우면 인생이 역주행 한단 말이야.

    맞춤법을 잘 몰라도 대화는 되고 성교육을 잘못받거나 법률에 대한 이해가 없어도 괜찮아. 돈으로 바르면 되니까. 사실 금융도 잘 몰라도 괜찮아. 몸으로 때우면 되니까.

    월급 받고 적금들면서 사는게 실패한 삶은 아니잖아. 꼭 나도 내 집 있어야하고 근사한 슈퍼카도 끌고 할 필요는 없지? 모두가 용이 될 수 없으며 또한 그럴 필요도 없지. 개천에서 붕어 개구리 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아니다

    아무튼 요점은 말이야. 나도 믿지마. 목차 끝나자마자 가장 먼저 꺼낸 이야기 기억나? 내가 하는 말 전부 다 틀렸다고 생각하고 차라리 반박문을 작성하듯 이야기를 물어 뜯으라고. 그리고 스스로 판단이 되기 시작하면 스스로 행동해.

    그러니까 이해가 안되면 외우지도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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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은 예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