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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행썰 - 2018년 후쿠오카, 부자가 되고 싶던 여행
    자본주의 대나무숲 - 1 2020. 7. 18.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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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여행을 좋아한다. 극한의 효율 선호자이고 자본주의자라 호텔이나 먹부림에 시간을 쓰지 않는다. 정말 먹어보고 싶은 현지음식은 웬만하면 서울에서 먹어볼 수 있고, 맛도 한국패치 되어서 입맛에 잘 맞고 탈도 안 난다. 휴식이 필요하면 서울 내에서 호캉스를 즐긴다. 그럼에도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 자체로 경험이고 자산이기 때문이다.

    2013 독일, 2014 일본 오사카, 2018 일본 후쿠오카, 일본 도쿄, 2019 홍콩/마카오, 올해는 아직 못 다녀는데 아마 힘들것 같다. 그래도 우한 폐렴이 밉지는 않다. 중국내 공장 가동 중지로 잃어버린 맑은 하늘을 잠시 돌려받았으니까.

     13년도 14년도 여행은 추억미화 되었고 18년 두 번의 일본여행과 19년도의 홍콩/마카오 여행 썰을 소개하려한다. 일기처럼 기록되어 있으니 그냥 잔잔히 재미로 읽어보시라.

     

    1. 185, 후쿠오카

    185월 한참 주식에 미쳐있을 때 너무 지쳐서 일본여행을 갔다. 14년 오사카 여행에는 숙박비가 아쉬운 학생이라 캡슐호텔 경험도 해봤지만 에어비엔비로 아주 멋진 별장을 예약했고 혼자였다.

    당일 항공을 놓치면서 일정이 모두 꼬였는데 별장 주인이 담당 매니저를 통해 당일과 다음날 공항까지 픽업까지 도와주셨다. 심지어 다음날은 인근 맛집과 사우나도 했으니 사실상 가이드를 붙여주신 것이다. 개인의 친절과 인품이었는지, 나에 대한 동정과 안타까움인지 모르겠지만 마음이 부자가 되고 싶었다. 남에게 친절을 베풀 때 몇 푼 돈에 연연하지 않는 진짜 부자 말이다.

    나는 검소함이 몸에 배어있기도 하고 행복의 역치와 최대치가 낮다. 아직도 먹고 싶은거 있냐면 아무거나 다 잘먹고 편의점에서는 2+1, 1+1 아니면 못 사먹는다. 그래도 요즘에는 돈 좀 벌었다고 짜장면 안 먹고 간짜장 먹는다.

     

    이전의 휴식도 대충 푹신한 침대에 에어컨 틀고 누워서 잔잔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 그게 행복이었다. 이번 여행에서도 한여름이지만 욕조에 뜨거운 물 받아서 반신욕을 즐기고 에어컨 틀고 폭신폭신한 침대에 누우니까 마치 벌거벗은듯 듯 편해서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럼에도 푹신한 침대가 익숙하지 않아서 거실에서 창 밖에 보는데 바다 건너편에서 불꽃놀이 하는 것을 보고 잔디가 있는 밖으로 나갔다. 그제서야 오션뷰와 바다냄새, 냉장고에 탄산음료, 모든 것들에서 행복을 느꼈다. 새벽 5시 반부터 일하고 자취방에 들어오는 길에 햄버거나 사먹으면 배부르니까 행복한 줄 알았는데 저 위에 있는 세상을 몰라서 그랬던 것이다.

    같은 휴식이라도 질이 다르고, 식사나 공간도 다른 것처럼, 같은 가격의 행복은 절대 없다.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있다. 행복을 돈으로 살 수 없으면 내 계좌가 말랐거나 돈에 맞지 않는 너무 큰 행복을 사려고 한 것이다.

     

    사실 넓은 침대가 2개나 있었는데 난 쇼파에서 잤다. 어디서 예의 없다는 말을 들어본 적은 없지만 그와 별개로 내가 이정도 호사를 누려도 되나 싶어서 괜히 마음이 불편했다. 돈도 냈는데. 그제야 나도 내 친구나 가족, 소중한 사람이 편히 쉴 수 있는 나의 공간을 갖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놀러오는 친구를 재워주는 원룸 바닥도 학생의 낭만이지만, 진짜로 휴식이 필요한 사람에게 편안함을 제공할 수 있는 공간이 너무 갖고 싶다. 

    악효과도 있었다. 여행 이전에는 주식매매로 2만원 벌면 야호 햄버거 사먹어야지 했는데 이후에는 5만 원을 벌어도 속도가 너무 느리다고 조급해졌다. 이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키보드도 하나 부셨다.

    부에 대한 갈망의 시작은 동경과 초라함이었고, 동기부여는 승부욕, 목적지는 마음의 여유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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